MICE 도시로 재도약할 때

2025-10-14

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 논설위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회원국인 21개국의 정상을 포함한 대표단과 경제인 및 언론인 등 2만여 명이 참여한다고 알려진 이번 행사는 부산에 이은 20년 만의 두 번째 개최다. 대한상의와 딜로이트의 추산에 따르면, 이 정상회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7조2000억원이며 고용유발효과는 2만2634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가 끝나면 동급의 국제 메가 이벤트는 아니지만, 내년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예정되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196개 협약국 대표단, 유네스코 관계자, 전문가 등 약 3000명이 참여한다. 해당 행사의 경제적 효과는 627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우리는 세계유산협약 가입 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국이 된다.

사실 앞서 언급한 두 국제회의와 관련해 우리 제주는 아쉽고도 허탈한 기억이 있다. APEC 유치에서는 두 차례 고배를 마셨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도 부산과 치열히 경쟁했지만 끝내 유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야 어떻든 툴툴 털고 향후 메가 이벤트 행사 유치는 물론이요, 빠르게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MICE의 대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제주의 회복탄력성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MICE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뜻한다. 회의는 세미나, 포럼, 심포지엄, 콘퍼런스를 말하며, 포상관광은 조직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하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국제회의인 컨벤션은 각종 협회, 학회, 정부기관 등이 주최하는 대규모 회의이며, 전시는 상품과 서비스를 전시하고 홍보하는 행사다.

최근 MICE는 콘퍼런스인 회의와 전시를 융합한 콘펙스(confex)에 문화예술까지 가미한 융복합된 형태로 개최된다. 여기에 첨단기술까지 더해진다. 이렇듯 형태의 변화는 참가자들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행사를 차별화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 또, 블레저(blesire)여행을 접목한다. 비즈니스에 여가와 관광을 가미해 MICE 행사의 효익을 증대시킨다. 행사 공간은 또 어떠한가. 이미 호텔, 컨벤션센터 등 전통적인 실내 시설이 아닌 역사적인 건축물과 복합문화공간, 특별한 자연경관의 야외 등 지역 고유의 특색과 매력 있는 장소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유니크 베뉴(unique venue)가 MICE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웰니스산업과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맥킨지 웰니스 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웰니스 시장은 전 세계 2700조의 규모로 미국만 하더라도 매년 660조를 소비하고 있다. 심지어 경제 사이클에 상관없이 매년 약 4% 증가하는 산업이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MICE도 기존의 한 방향 정보전달 형태만으로는 어렵다. 마치 관객들에게 <케데헌 싱어롱> (저자 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특별 상영회로 콘서트처럼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형식)이 사랑받는 것처럼, MICE도 점차 참여자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직접경험과 쌍방향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웰니스가 행사에 융합되고 있다.

제주는 태생적으로 MICE의 우위에 있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경관은 단연 유니크 베뉴가 되고, 찬란한 제주의 역사와 특색있는 제주의 문화는 다양한 콘텐츠 확장으로 숨을 불어넣는다. 이제 여기에 기술과 예술, 산업과 공간을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와 창의적인 기획을 더해 재도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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