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안 발표가 임박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제3국에서 만든 반도체 장비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출 규제도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 관련 제재 대상과 품목이 모두 확대된 새로운 규제를 이르면 이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수출을 제한하는 기업 목록(Entity List)에 중국 기업 140여 개를 추가해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기업 20여 곳과 반도체 장비 업체 100여 곳이 포함됐다고 한다. 로이터는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도 수출 제한 목록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 미국 기업이 반도체 관련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네덜란드 빠지고
이번 규제안으로 미국의 동맹국 반도체 장비 업체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장비도 중국에 보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첨단 반도체와 연관된 외국 제품에 미국의 기술이 조금이라도 쓰였다면 미 당국의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제3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이라 해도, 제품에 미국 기술이 포함됐다면 미국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미 당국의 입장이다.
이 규정을 적용받는 미국 동맹국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이스라엘·대만·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핵심인 장비 업체들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은 규제 대상에서 면제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 당국자는 로이터에 “일본과 네덜란드와의 장기간 논의 끝에 결정됐다”며 “유사한 통제를 시행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면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 밝혔다.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자체 대중 수출 통제를 하고 있으니 미국 정부의 추가 통제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HBM 들어갔다
특히 미국이 이번에 AI용 첨단 메모리 반도체인 HBM에 대한 대중 수출 제한 조치를 처음으로 포함할 가능성이 커,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를 막기 위해 그동안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의 중국 수출을 차단해왔고,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을 막기 위해 최근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첨단 메모리인 HBM 규제도 검토해왔다. 이번 규제에서 2세대 칩인 HBM2부터 3·4세대 이상의 최신 HBM 제품의 중국 수출 길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 분석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자사에서 생산한 대부분의 HBM 제품을 미국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삼성의 구형 HBM 제품 생산량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수입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