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간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식품·패션·유통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주춤했던 양국 교류가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자, 국내 기업들이 다시 ‘기회의 땅’ 중국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중국 공장 가동률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올해 7월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내 5개 공장의 가동률을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높였고, 8월에는 무려 8%포인트 올렸다. 생산라인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2년간 약 250억 원을 투자해 현지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젤리’ 생산라인을 늘리는 한편 감자 플레이크 생산시설도 신설했다.
건강 간식 등 신규 카테고리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향후 증가하는 생산량에 대비해 물류 자동 창고를 확충하고 신규 라인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무원도 중국 내 두부 판매가 꾸준히 늘면서 두(豆)제품 전용 라인인 베이징 공장의 2공장동 가동률을 지난해 77%에서 올해 86%로 크게 늘렸다. 특히 풀무원 두부는 중국산 저가 두부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작년부터 각종 현지 프랜차이즈 기업 대상 납품을 확대하고 있다. 두부의 물성·식감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크기를 맞춤형으로 잘라 제공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현지 냉동김밥 매출도 급성장하면서 풀무원은 중국에서 ‘K밥’ 카테고리를 신설해 냉동김밥과 볶음밥 등을 주력 제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중국은 과거 ‘리스크 지역’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한중 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보이면서 다시 ‘성장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K콘텐츠와 K푸드·K패션에 대한 선호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현지 유통 채널과 디지털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중국 시장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패션업계도 중국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K이너웨어 브랜드 비브비브는 중국 SNS 플랫폼 도우인(抖音)과 계약을 체결하고 12월 본토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티몰·징둥 등 주요 e커머스 채널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무신사도 12월 상하이에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중국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상하이를 시작으로 무신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중국 내 매장을 100개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난징둥루, 쉬자후이, 항저우 등 3개 지역에 추가 출점이 예정되어 있다. 2030년까지 중국 온오프라인 통합 매출을 1조 원 이상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무신사는 티몰 플래그십 스토어와도 연계해 중국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티몰에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픈 2주일 만에 거래액 5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이달 중국 최대 수입 유통사 닝싱유베이(Ningshing UBAY)와 업무협약을 맺고 CU의 PB 상품들을 중국에 본격 수출하기로 했다. 중국 내 CU 전용관을 개설하고 라이브 커머스와 인플루언서 협업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중국의 1, 2선 도시를 필두로 CU PB 상품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