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부수고 재건축?…어느 세월에

2024-12-03

스토브리그 흔든

키움의 ‘리빌딩’

올 23승 합작 후라도·헤이수스 쿨하게 보류권 포기

2년 연속 꼴찌…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단 의도로 해석

푸이그·카디네스 영입 ‘화제성’에만 무게…극단적 리빌딩에 기댈 구석은 영건뿐

올해 키움에서 뛴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는 23승을 합작했다. 후라도가 10승, 헤이수스가 13승을 거뒀다. 10개 구단 중 외국인 투수 둘이 모두 10승 이상을 거둔 구단은 키움을 제외하면 삼성밖에 없다. 후라도는 190.1이닝, 헤이수스는 171.1이닝을 던졌다. 외국인 원투펀치의 이닝 소화력도 키움이 리그 1위였다.

키움은 이 둘과 모두 작별했다. 그것도 아주 쿨하게 보류권을 포기했다. 스토브리그에는 키움발 태풍이 불었다. 에이스급 투수 둘이 한꺼번에 나오자 구단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등장한 ‘선발 대어’에 횡재하는 구단도 나왔다.

기존 소속 팀에서 재계약하지 않고 이적하는 선수는 신규 외국인선수로 취급돼 100만 달러의 몸값 상한선이 적용된다. 올해 키움에서 총액 130만 달러를 받았던 후라도보다 80만 달러를 받았던 헤이수스가 먼저 행선지를 정했다. 키움이 “풀어준다” 선언한 지 닷새 만인 지난 1일 KT로 갔다. 그 짧은 기간 동안 헤이수스에게만 3개 구단이 달려들었다. 이제 후라도 차례다. KT와 경쟁하고 헤이수스를 놓친 A구단도 현재 후라도에게 접근해 있다.

보류선수로 풀고 묶고는 구단의 자유지만 키움의 결정은 며칠이 지나도록 리그에서 미스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타 구단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구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했다. 외국인 투수가 전력의 절반인 KBO리그에서 내가 붙잡진 못해도 경쟁 구단에는 줄 수 없다는 구단 심리를 지켜주는 수단이 보류권이기 때문이다. 키움은 최근 줄곧 ‘방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력이 급격히 약화된 참에 아예 리빌딩을 하겠다는 취지다. 헤이수스와 후라도가 모두 리그 최상급 활약을 했는데도 꼴찌를 한 이상, 둘 다 1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잡느니 포기하고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합리적이고 통 큰 결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안하던 키움이기에 붙는 물음표도 있다.

마운드가 성치 않은 팀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밖에서 보는 키움 마운드는 내년 시즌을 제대로 치르기도 어려워 보인다. 외인 투수는 새로 온 로젠버그 한 명뿐이고 국내 선발도 올해 처음 풀타임을 뛴 하영민뿐이다.

마치 내년 순위싸움은 이미 포기한 듯한 움직임 속에 푸이그를 영입했다. 검증된 외인 투수는 둘 다 포기하고 푸이그에게는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올해 삼성에서 조기 퇴출됐던 카데나스를 영입하고는 등록명을 카디네스로 바꿨다. 냉철한 계산으로 당장의 ‘경쟁력’을 포기하면서도 여전히 ‘화제성’에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많은 팀들이 리빌딩을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작정하고 선수단을 전면개편 한 뒤 성공하는 사례도 찾기는 어렵다. 리빌딩은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하는 이유다. 어린 선수들만 데리고, 꼴찌를 하면서 리빌딩까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키움이 강정호, 박병호를 포스팅으로 미국에 보내고도 저력을 유지했던 때와 지금은 매우 다르다. 불과 2년 전 한국시리즈까지 갔던 키움은 이정후가 미국에 가고 안우진이 군대에 가자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투·타 1명이 빠지자 바로 추락한 키움은 올시즌 중에도 조상우를 트레이드 대상으로 내놨었다.

특유의 비즈니스를 펼쳐오던 키움은 갑자기 극단적인 리빌딩으로 돌아섰다. 그나마 시즌 살림을 지탱하던 외인 투수 둘을 한꺼번에 포기하고 타 팀에 줘버렸다. 열매가 다 떨어지자 아예 밭을 갈아엎고 씨부터 새로 뿌리는 모양새다.

히어로즈는 인수 뒤 재창단 과정에서 큰 굴곡을 겪었다. 모기업 없는 특이한 구단 운영 행태에도 고정 팬층이 두터운 구단이다. 현재 상태라면 내년 키움 팬들이 기대할 것은 젊은 선수들이 싹을 틔우는 것뿐이다. 내년 한 명이라도 수준급 젊은 선발 투수를 만들어내야 이 요상한 스토브리그의 결정이 명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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