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가습기와 제습기가 같이 돌아간다

2024-07-25

비 오는 날, 아이는 우산을 쓰고 화단에 물을 준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바보라고 한다. 발달장애아(자폐아)의 행동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상행동이라고 한다. 20여 년 동안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지켜봤다.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에서부터 외부 자극에 나타내는 반응, 어느 하나도 일반적이지 않다. 왜 이러는 걸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해봤다. 나름 분석도 했다. 그의 행동에 일정한 패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가 금방 없어지는 그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행동수정을 위해 훈련도 시켜 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영원히 만나지 않는 기차길 같은 평행선만 경험하게 된다.

발달장애아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힘든 이유는 그들이 보이는 행동 형태가 각자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달장애의 유형은 파노라마처럼 다양하다. 그래서 몇 가지 범주에 넣고 분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이나 정신과 전문의 등 많은 전문가 집단이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노력을 수없이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연구 사례가 발표되고 논문도 나오긴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사례를 분석했다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유형의 행동까지 다 담을 수 없다. 한정된 시간과 경험으로 어쩌면 무한대에 가까운 유형의 케이스들을 데이터화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것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AI)이라면 이러한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수집된 데이터의 축적은 물론 자체 분석까지 할 수 있고 스스로 학습 능력도 갖고 있다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모아온 양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쉬지 않고 진행한다면, 그렇게 수집된 빅테이터를 통해 어떤 범주가 그려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질까?

아직은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인류가 가보지 않은 길로 인공지능이 안내할 수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던 발달장애아들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어떠한 시도라도 해 보고 싶다.

우리 집의 아이는 빨래통에 세탁물이 조금만 있어도 세탁기를 돌린다. 정량의 세제도 함께 넣고, 끝나면 꺼내서 건조기에 넣고 말린다. 물병이 비워지면 물을 채워 냉장고에 넣는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려놓은 휴대폰은 가져가서 충전기에 연결해 둔다. 가습기 물도 그가 있는 한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장마철 제습기를 틀었지만 그 옆에선 가습기가 뿌연 연기를 쉬지 않고 내뿜는다. 그것이 그에게 일인지 놀이인지 모르겠다. 수시로 변하는 그의 감정도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그를 웃게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대폰에 내재된 번역기로 언어의 장벽이 사라져 간다. 언젠가는 그의 생각도 번역기가 대신 읽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수평선이 놓인 것처럼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우리 사이에 다리가 생기는 날을 기다려 본다.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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