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으로 다시 보는 세상

2025-10-20

로버트 매캐먼의 소설 『소년시대』를 읽는 동안 나는 길이 잘 든 자전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페달을 밟고 전속력으로 달려도 숨이 차지 않은 느낌. 어린 시절의 기쁨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이 책의 진정한 마법은 두툼한 1권과 그보다 살짝 더 두꺼운 2권을 푹 빠져서 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는 마법의 시대에, 마법의 동네에서, 마법사들 사이에서 나고 자랐다. 아,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가 가능성과 현실이라는 은빛 실로 엮인 마법의 거미줄 속에서 살아가는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마법은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그렇게 빼앗기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확히 뭘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는 때가 온다.”

제퍼라는 작은 동네에서 살아가는 코리는 우유배달부인 아버지와 함께 살인 사건을 목격한다. 이웃 중에 살인자가 있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코리는 그날 이후 달라져 버린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래도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기쁨은 줄어들지 않는다. 여름의 첫날인 방학식, 교실을 나온 아이들이 바람에 맞서 달리다가 어깨뼈에서 날개가 팍 터져 나오는 장면은 환상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로켓’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새 자전거가 저절로 움직이는 장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마법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강력한 힘은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소년의 심장으로 두근거리며 경험하는 감각 그 자체일 것이다. 코리를 따라다니다 보면 내 안의 열두 살이 복원되어 꺼져 있던 기억에 불이 들어온다. “아이들은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그러다가 정말로 어른이 되면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 해. 하지만 (…)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 거란다.”

어른인 척 살다가 마법 같은 책을 만나서 잠시 어린아이가 되는 것, 종이로 만들어진 마법 중 이보다 멋진 일이 있을까.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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