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연결지능체계’와 청년 실업의 정치학

2025-12-08

인공지능(AI)이 바꾸는 것은 단지 몇 가지 직업이 아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통한 사회적 생산 전체가 AI와 결합해 ‘연결지능체계(Connected Intelligence System)’로 전환되고 있다. 문제는 이 전환이 가장 취약한 세대인 청년에게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상흔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에게 AI는 여전히 “기회를 열어 줄 기술”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리를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다.

가까운 미래의 노동시장은 세 가지 지능이 경쟁하는 구조가 된다. 인간만으로 일하던 전통적 지능체계, AI 단독 시스템, 그리고 인간과 AI가 결합한 연결지능체계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중견·경력 인력과 AI가 결합한 연결지능이다. 이미 도메인 지식과 문제 정의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AI는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도구가 된다.

반면 초년·청년층은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울 기회 자체를 잃는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을 뽑아 키우는 것보다 연결지능으로 보강된 중견 인력에 의존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세대 간 역학도 바뀐다. 과거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최신 기술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연스러운 은퇴가 발생했다. 그러나 연결지능체계에서는 상황이 정반대가 된다. 경험 많은 은퇴자도 AI를 통해 문서 작성·분석·기획 능력을 복원하며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 세대 간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수록 아직 경력과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청년층의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여기에 원격·지식 노동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흐름까지 더해지면 연결지능을 활용한 글로벌 남반구 인력이 북반구 청년 노동자를 대체하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이처럼 연결지능체계가 만들어 내는 청년실업은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으면 안정된 삶이 열릴 것이라는 기존의 사회계약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위기다.

지금의 청년은 미래를 향해 투자하라는 메시지와, 실제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사이에서 이중의 배신감을 경험한다.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남지만 더 노력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사회, 이것이 AI 시대 청년 세대의 정서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AI 기본 사회라는 새로운 사회 비전에서 출발해야 한다. AI를 일부 기업과 개인의 사적 도구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로 전환하는 발상이다. 연결지능체계가 만드는 초과이윤과 생산성을 사회 전체의 안정과 기회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AI 전환기로 인한 소득 급락과 실직을 완충하는 ‘AI 전환보험’을 도입해 기술 변화의 위험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눠야 한다. 동시에 단기 코딩 교육이 아닌 추론·해석·협업·창의·관계 능력처럼 AI와 공존할 핵심 역량에 투자하는 업스킬 패키지를 청년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AI가 만들어내는 초과이윤과 생산성을 일부 공공 재원으로 전환해 기본소득적 안전망과 유연한 노동 이동을 결합하는 분배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청년이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가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다.

연결지능체계 시대의 청년실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아직 설계되지 않은 미래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규칙과 안전망, 어떤 지능의 공공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AI는 청년의 시간을 빼앗는 기계가 될 수도, 그들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인프라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계약을 상상하고 실험하려는 정치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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