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대화 데이터’가 얼마나 힘이 센지 보여주겠다, 와들

2024-10-04

1단계: 챗봇이 이용자와 대화하면서, 상대가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한다. 그렇게 파악한 정보는 상품 추천이나 기획전 구성, 혹은 상품 매입 등에 두루 쓸 수 있다. 상담원이자 마케터, MD이자 바이어의 파트너가 되는 챗봇이다.

2단계: 대화하는 챗봇을 보편화한다. 아주 작은 규모의 커머스에도 쉽게 가져다 붙일 수 있도록 챗봇 솔루션의 가격대를 다변화한다. 결과적으로, 이 챗봇을 안 쓰는 회사가 없도록, 일단 챗봇을 붙이고 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다.

3단계: 챗봇과의 대화가 텍스트가 아닌 음성으로 이뤄지도록 한다.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번째, 음성이라면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상품 검색과 추천이 수월하다. 두번째,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인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쓰기 쉽다는 건, 모든 사람이 쓰기 쉽다는 걸 뜻한다.

4단계: 챗봇과의 대화가 상품 구매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이 된다. 물건을 사기 위해 네이버나 쿠팡에 접속할 필요 없이, 스마트 기기가 있는 곳에서 내가 사고 싶은 걸 그저 말만 하면 되도록 상품 구매의 여정 자체를 변화시킨다. “흰 양말 스무 켤레가 필요한데”라고 말만 하면, 챗봇이 알아서 내 취향과 가격을 고루 반영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식이다. 이게 가능해지면 커머스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의 구조도 바뀔 수 있다. 즉, 쿠팡과 네이버에 접속 전에 이용자가 가장 먼저 찾는 구매의 첫 페이지가 되는 셈이다.

지병이 하나 있는데, 비전이 큰 회사를 만나면 내 심장도 같이 뛴다. 이번에 그랬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유통시장 판을 흔들었듯이, ‘대화 데이터’로 다시 한 번 커머스의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큰 꿈을 꾸는 회사를 만나서다. 그런데 이 야망 큰 회사의 규모가 놀랍도록 작다. 아직 이십대 중반의 청년들이 만든, 6년차 스타트업 ‘와들’이다. 이들은 대화 기반 챗봇 ‘젠투’를 만든다.

박지혁 와들 대표(공동창업자)를 만나고, 나오자마자 자리에 앉아서 방금 들은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네 단계로 정리해봤다. 그게 맨 위 굵은 글씨의 내용들이다. 챗봇 만드는 회산 줄 알고 갔는데, ‘대화 데이터’를 무기로 쿠팡보다 더 큰 회사를 만들겠단 야무진 계획을 듣고 사실 좀 놀랐다. 꿈이 너무 크단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아니 듣다 보니 이게 꼭 안 될 일이라고만 단정짓기도 어렵지 않나 싶었다. 물론, 이뤄가는 과정이 가시밭길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저 큰 꿈의 근거가 있다. 작지만 이뤄 놓은 일도 있고. 네 단계 중 첫번째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와들의 비즈니스 영역이다. 아직 미래의 일이지만 음성 기반으로 상품 검색의 판도를 바꾸겠단 것도, 최근 오픈AI가 내놓은 ‘리얼타임 API’를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리얼타임 API는 음성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와들은 올 3월, 오픈AI의 협업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들이 대화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먹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나중에는 어떤 솔루션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인지 그 계획과 근거를 4일, 서욱 역삼에 위치한 마루360에서 박지혁 대표를 만나서 들어봤다. 이 회사가 정말 잘 될 것 같은지, 독자님들이 함께 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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