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전 부치지 말아요”…고물가에 설 차례상도 간소화 추세

2025-01-28

설을 하루 앞두고 차례상을 준비하는 집안이 많다. 올해 정부가 추산한 전통시장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22만4040원, 대형마트는 25만8854원으로 전년 대비 각 1.0%, 2.5% 상승했다. 특히 차례상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류와 매년 변동이 잦은 채소류는 각각 전년 대비 57.9%, 32.0% 상승해 2년 연속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설 차례상 비용이 매년 증가세다 보니 간소화하는 집안도 늘고 있다. 사실 차례상을 차리는 형식에 정해진 ‘법’은 없다. 시대의 흐름, 지역이나 집안마다 제각각이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와 함께 2022년과 지난해에 걸쳐 추석·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 또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어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된다.

특히 차례상 예법으로 알려진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에 대해서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제사에 제물을 차려 놓는 순서로 붉은 과실은 동쪽에, 흰 과실은 서쪽에 둔다는 것이다. 또한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으로 제사나 차례에 올리는 과실을 뜻한다.

차례상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과일도 정해진 것이 없다. 주변에서 구하기 쉽거나 평소에 고인이 좋아하는 과일을 올려도 무방하다.

성균관은 “사람들이 차례상에 놓을 음식 순서를 쉽게 외우기 위해 나름의 공식을 만들었던 것이 마치 정설처럼 됐다”며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도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회장 지난해 설을 앞두고 YTN ‘뉴스라이더’를 통해 “(차례상 간소화는)새로운 문화를 만든 게 아니라 과거 우리 조상들이 했던 문화를 원래대로 찾아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차례 문화를 둘러싸고 여러 갈등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선 “잘못된 명절 의례 문화가 가족 갈등을 초래한다면 차례를 지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례의 의미는 조상을 기리며 후손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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