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부실대출 '손절' 2배 급증…리스크 관리 '사활'

2024-11-20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조3169억 매각

직접 손실 떠안는 상각만으로 역부족

고금리 꺾이긴 했지만 부담 지속될 듯

국내 5대 은행이 외부 기관에 헐값에 파는 형태로 정리한 부실대출 물량이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벌써 3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손실을 떠안는 상각 만으로는 급증하는 부실채권을 제어할 수 없게 되자, 얼마라도 수익을 건질 수 있는 매각이 빠르게 불어나는 모습이다.

역대급 고금리가 비로소 꺾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은행권의 울며 겨자 먹기 식 부실대출 손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3조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0% 늘었다.

이는 은행들이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부실채권을 넘긴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액이 821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9.5%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7127억원으로, 농협은행은 6260억원으로 각각 82.8%와 83.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신한은행도 5890억원으로, 국민은행은 5676억원으로 각각 115.3%와 181.8%씩 부실채권 매각이 증가했다.

부실채권의 또 다른 처리 방식인 상각과 달리 매각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린 케이스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이들 은행이 상각 처리한 부실채권은 1조5434억원으로 0.1% 줄었다.

결국 은행들이 부실대출을 정리하면서 상각 대신 매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이 손실을 모두 떠안는 상각으로 감당하기엔 부실채권이 너무 많이 늘어나자, 조금이라도 돈을 건질 수 있는 매각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계속 쌓이고 있다. 매각이나 상각으로 털어내는 수준보다 부실이 누적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5대 은행들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5조582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6% 늘었다.

농협은행이 1조4840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조4789억원으로 각각 48.4%와 49.6% 증가하며 고정이하여신이 많은 편이었다. 신한은행 역시 9605억원으로, 하나은행은 9402억원으로 각각 10.4%와 22.2%씩 관련 액수가 늘었다.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도 7186억원으로 6.1% 증가했다.

부실채권의 배경에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역대급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한은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고금리 충격에서도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은행권의 부실채권 대량 매각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금리 인하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며 "고강도 통화정책 긴축이 장기간 지속된 데 따른 충격까지 감안하면, 은행권의 부실 여신 정리 부담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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