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2.04 10:18 수정 2024.12.04 10:1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3일 늦은 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야당 두고 ‘반국가세력’ 지칭한 대통령
예산안·세법 등 국회 협조 물 건너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암흑기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계엄령 선포로 정부가 향후 경제정책 동력을 모두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령에서 사실상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만큼 예산안 처리와 경제 관련 각종 법안을 처리하는데 국회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3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80년 5·18 이후 44년 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계엄령에 대응해 국회는 4일 새벽 긴급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이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 계엄령 해제 결정을 수용하면서 약 6시간에 걸친 계엄 상황은 끝났다.
계엄 상황은 6시간여 만에 끝났지만,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경제정책 경우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국회 협조가 절실한데,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수 진작 방안 마련 역시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향적인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하라”고 참모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같은 날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여러분이 활력을 찾고 신명 나게 일할 수 있어야 양극화도 타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인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하겠다. 기업의 투자뿐만 아니라 국민 소비를 진작할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 그래야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지시에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들은 내수 활성화 대책을 준비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디스카운트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이번 계엄 사태로 정부가 준비한 경제 활성화 대책이 동력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도 예산안만 하더라도 이미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깎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비롯한 검찰, 경찰 등의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4조8000억원 가운데 절반인 2조4000억원을 감액했다.
정부 입장에선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하면 일부 사업은 집행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감액 예산안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인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더욱 가중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글로벌 산업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며 “생과 지역경제를 위한 정부의 지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예산안과 함께 세법 개정도 국회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연말 카드 사용에 대한 추가 세제 혜택을 언급한 바 있다. 기재부 또한 앞서 하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에서 20%로 올리겠다고 했다.
소득공제율을 상향하는 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재선포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재선포가 없더라도 야권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거론하는 와중에 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런 선택을 해서 경제에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이번 일이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대탈출)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밸류업(기업 가치 향상)을 한다던 정부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감점 요소)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