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기간 심리상담 플랫폼을 운영해 오면서,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에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회사 매각을 통해 최근 엑시트에 성공한 김동현 휴마트컴퍼니(트로스트) 대표가 새롭게 프리미엄 홈웨어 브랜드 론칭을 통해 '연쇄창업'을 이어간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삶의 리듬을 설계할 수 있는 스몰 럭셔리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트로스트 운영사 휴마트컴퍼니는 올해 1월 넛지헬스케어 자회사 다인에 인수됐다. 넛지헬스케어가 운영하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캐시워크'에 트로스트 서비스가 연동된다. 김 대표는 “트로스트 매각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 위한 구조적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트로스트는 저에게 단순한 정신건강브랜드가 아니라, '모두가 건강한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라며 “더 넓은 생태계와 일상적인 접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철학적 연장선에서 넛지헬스케어와 연결이 이뤄졌다”고 회사 매각 배경을 밝혔다.
김동현 대표가 지난 2016년 론칭한 '트로스트'는비대면 심리 상담을 국내 정착시킨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대면 심리상담은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비대면 서비스 장점을 살려 전화나 채팅 등 채널로 상담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최근 대기업 복지 제도를 중심으로 기업간거래(B2B) 채널 고객이 150개로 성장했고, 유료서비스 이용고객도 30만명을 넘어섰다. 임직원 정신건강이 생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서 커진 것도 기회가 됐다.
김 대표는 “서비스 론칭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OECD 자살률 1위 국가였고, 이를 낮추는데 기여하고 싶었다”며 “심리적으로 무너지기 전에 일상에서 누구나 심리상담사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트로스트 매각 이후 김동현 대표는 현재 회사를 떠난 상태다. 그는 지난 10년 간의 정신건강 플랫폼 운영 경험을 돌아보며 “현대인은 우울보다는 '무기력', 슬픔보다는 '공허함'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조직에서 리더일수록 감정을 숨기고 지탱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억눌린 감정이 결국 번아웃이나 조직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로스트 상담 데이터를 보면, '죽고 싶다'라는 극단적 표현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버티고 있다'는 식의 무기력한 상태의 비중이 많다고 한다. 이는 '정서적 마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감정의 폭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김 대표는 “상담은 감정을 해석 가능한 언어로 정리할 수 있게 돕는 정신적 구조 훈련이며, 그 과정에서 감정에 대한 인식과 통제력을 회복, 정서적 근육과 회복 탄력성이 길러진다”며 “앞으로도 저는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계속 탐구하고 그에 필요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