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속 집 “천국인 이유”

2025-03-13

집 문을 열면 펼쳐지는 광활한 페어웨이, 거실 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잔디, 종종 마주치는 동물들, 그리고 때때로 날아오는 골프공까지. 골프 코스 한 가운데서 사는 삶. 모든 골퍼들이 원하는 로망 중 하나다.

세계 최정상급 골프 코스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 TPC 소그래스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집이 있다. 집 주인은 리베카 버첼이다. 버첼은 12일 CNN을 통해 골프 코스에서 살아가는 일상과 소감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전했다.

TPC 소그래스에는 PGA 투어 본부가 있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이곳에는 주민 수천명이 거주한다. 베첼은 영국에 살다가 2017년 세븐 마일 드라이브라는 동네에 정착했다. 그는 골프 팬이 아니었지만, 이곳의 자연과 커뮤니티 매력에 빠져 ‘골프장 속 집’이라는 독특한 삶을 선택했다. 버첼은 “집을 보자마자 정말 경이로운 곳이라고 생각했고 곧바로 이곳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TPC 소그래스가 있는 16개 마을에는 1900채가 넘는 집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많은 집들은 골프 코스와 바로 맞닿아 있다. 베첼의 집도 그렇다. 처음 그가 선택한 집은 다이즈 밸리 코스 1번 페어웨이 한가운데였다. 그는 “일주일에 약 10개 정도 골프공이 정원으로 날아오고 가끔 누군가 공을 찾으러 우리 마당으로 들어온다”며 “낯선 이들이 예고 없이 들어오는 것이 신경 쓰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골프장 안에서 사는 삶의 일부”라며 “어떤 사람들은 창문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는데, 나는 아직 그런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집은 그린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골프를 즐기지 않는 그에게도, 아름다운 풍경과 평온한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골프공이 날아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몇 집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다. 새 집은 다이즈 밸리 코스 3번 그린 근처로 이제는 더이상 골프공이 날아오지 않는다.

골프를 즐기지 않는 그가가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활기찬 커뮤니티다. 이곳에는 청새치, 흰머리수리, 가마우지, 홍관조 등 다양한 새들이 서식한다. 곳곳에 위치한 수로에는 거북이들이 햇볕을 쬐고 있고, 가끔은 악어도 보인다. TPC 소그래스 단지 내에는 야외 수영장, 어린이 놀이터, 야구장, 축구장, 농구장, 비치발리볼 코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고 연중 내내 축제와 이벤트가 열린다. 매년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릴 때면, 동네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그는 “일주일 동안 이곳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라며 “주민들은 미리 장을 봐두고, 차를 몰고 나가는 대신 집에서 파티를 즐긴다”고 말했다.

골프장 속에서 삶은 일반적인 주택가와는 다르다.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 교통 체증이 심하다. 거주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골프장 내 주택 가격은 기본 70만 달러(약 10억원)부터 시작한다. 그는 골프장 속 집이 불편한 점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을 주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골프 코스 속 삶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완벽하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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