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5호기의 붕괴는 후진국형 사고다. 중앙일보는 재발 방지와 원인 분석을 위해 보일러타워 해체 작업의 지침서인 ‘울산기력 4,5,6호기 안전관리계획서(이하 계획서)’를 입수해 전문가 5인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서규석 전 건축구조기술사회장, 심규형 인천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 김대건 동서대 건축공학과 교수다. 이들은 11일 “제대로 된 현장조사 없이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의 계획서”라는 평가를 내놨다. 계획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계획서 작성 전에 현장조사 제대로 했나
전문가들은 먼저 해체작업을 위한 현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계획서 내 ‘현장 특성 분석’은 지하매설물과 인접 시설물, 주변 교통 여건 등 3개 항목인데 “형식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안형준 교수는 “‘현장 특성 분석’에 보일러타워 각 호기별 염분에 의한 부식 정도, 노후화 조사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는 데 전혀 없다”며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계획서 작성에 건축구조기술사 실제 참여 의문
HJ중공업은 한국동서발전에서 해체공사를 2024년 1월 수주했고, 계획서는 2024년 3월 작성했다. 작성 비용 3000만원은 2024년 2월 집행됐다. 업계에서는 건축구조전문가의 참여 없이 계획서를 작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서규석 전 회장은 “이 정도 해체작업은 건축구조기술사가 현장을 조사하고 구조해석을 작성하려면 최소 석 달 이상 소요된다”며 “523억짜리 대형 공사의 안전관리계획서 작성비가 3000만원인 건 건축구조기술사가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도장만 찍어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기준과 수치 없이 취약화 작업 가능성
전문가들은 발파 전 하부 철골에 손상을 가하는 ‘취약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계획서에는 철골 기둥부 상·하부 구간 2개소에 절단(취약화) 발파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철골에 구멍을 내는 취약화 작업 지점과 산소 절단기로 홈을 파는 가우징 수치 등이 계획서에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규형 교수는 “취약화 절단부 도면은 226쪽 딱 한 장뿐”이라며 “정확한 기준과 수치가 없으면 현장 작업자가 임의로 작업하다 실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HJ중공업은 지난 3월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를 발파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당시 실패 때문에 5호기의 취약화 작업을 과도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건 교수는 “(붕괴당시 영상을 보면) 구조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 단면의 50% 이상을 상하부에서 미리 자르는 취약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취약화를 붕괴 수준으로 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방호작업을 왜 구조물 내부에서 했나
HJ중공업의 하청업체로 해체작업을 한 코리아카코는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파편 비산을 막기 위한) 방호작업 중이었다”며 “계획서대로 작업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고 초기 근로자들이 25m 높이에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하부 취약화 과정 중 붕괴한 것인지,취약화작업 후 방호작업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방호작업 중이라도 왜 구조물 내부에서 방호작업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송규 협회장은 “크레인이나 고가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물 밖에서 하는 게 안전한데 비용을 아끼려고 내부에서 작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HJ중공업은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신이 없었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동서발전은 “수사 사항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울산=이은지·위성욱·김민주·안대훈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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