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다 해줄게"…'빈껍데기 어른' 만든다

2025-04-25

엄마·아빠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때리고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다가 쓰러지는 어린 아이를 비롯해 이상 식탐을 보이거나 게임에 빠져 방 밖을 나오지 않는 아이들.

2006년부터 시작해 2015년까지 방송된 SBS의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일부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은 충격적인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교정하며 커다란 인기를 끌었고 ‘육아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당시 출연했던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국민 육아 멘토’가 됐다. 이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 유사 프로그램을 통해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에게 그만의 처방을 내리며 ‘금쪽이’는 이해와 행동 교정이 필요한 아이를 의미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높은 인기 만큼 오 박사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나친 이해와 배려가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 박사의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잉·이상 행동에 대한 정확한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고 ‘지나친 다정함’을 내세워 부모에게 감정 교육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단호한 가르침과 규율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모들이 별 악의 없이 사용하는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언어 대신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권한 것이 극단적인 감정 존중 교육을 권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을 뿐이다.

신간 ‘부서지는 아이들’은 에두르지 않고 지나친 감정 존중 교육과 양육의 외주화가 ‘어린 나르시시스트’들을 키워냈다고 지적한다. 요즘 부모 세대에게 표준 양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감정 존중 교육’과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부작용을 만들어냈는지 분석하고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책에 따르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금쪽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짜증을 내고, 울거나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자살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거나 성희롱을 하는 학생들이 최근 10년 사이 급증했다. 그런데 ‘감정 교육의 덫’에 걸린 교사와 학교는 이런 문제 행동을 ‘도움을 원하는 외침’으로 해석하고 관대하게 대응한다고 한다. 또 우울이나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는 제한 없이 숙제와 시험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교육적 배려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으로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규범을 존중하고 절제력을 길러주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규범과 절제력을 가르쳐야 하는데도 말이다.

절제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빈 껍데기 어른’이 돼 사회로 나올 때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트라우마와 부모 탓으로 돌리며 삶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는 어른이 돼 결국 공동체 전체의 회복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부서지는 아이가 아니라 단단한 아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어린 시절에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친구들을 사귀어 보고, 야구 경기에서 지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못된 녀석에게 맞서고, 넘어졌다가 스스로 일어나고, 친구를 도와주는 다양한 경험을 스스로 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어도 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스스로 단단해지고 성장하고 이겨내는 능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 그러한 경험을 하면서 어른 세계의 모든 고통을 조금씩 맛 보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고통과 상실이라는 독성에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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