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단했던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인사를 재개했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비상 계엄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4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공시된 공공기관 임원 모집 공고는 총 53건이다. 이 중 66%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고위 공무원·공공기관장 인사를 지시한 지난달 7일 이후 이뤄졌다. 기관장 모집만 보면 지난해 12월에는 3건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13건이 공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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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 길어지면 국정 차질
기관장 임명도 재개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류영수 전 한국철도공사 기술안전본부장을 코레일테크의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그 외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최춘식 한국석유관리원장 등 계엄 이후 이달까지 14곳의 기관장이 새로 임명됐다. 각 부처가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관을 중심으로 기관장 임명에 나선 모습이다.
이는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고, 해당 기관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구상한 주요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산하기관의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해서다.
예컨대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윤형중 전 사장 사퇴 이후 사장이 공석이다. 상임이사 두 자리도 장기간 비어 있다. 그 사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터졌고, 책임자 부재로 사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전KPS도 사장 인선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 한전KPS 직원들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의사결정 부재로 체코 원전 수출, SMR·제염해체 시장 선점, 해외 원전 사업 등이 지연될 우려가 크고, 안정적 전력 공급이 소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사장 임명 지연으로 인사, 조직 개편, 자원 배분 등 행정 마비가 이어지면서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관장 공백은 많다. 정권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행한 인사가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에 해당 부처·기관은 여전히 조심스런 분위기다. 이달 새로 취임한 이주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사의 경우 야권에서는 ‘낙하산’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출신인 그는 20대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본부 충청발전특위 상황실장을 지냈다.
일각에선 정치적 과도기인 만큼 공공기관장 후임 인사를 늦추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관장 인선을 진행 중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그 정권과 손발이 맞는 인사가 기관장이라야 직원들도 국정 동력에 맞춰 일할 수 있다”며 “서둘러 인사를 단행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감사 등으로 업무 집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과거 탄핵 국면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국전력 사장 등 공공기관장 4명만 임명하고 나머지 공공기관·공기업 인사는 헌재 결정까지 미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진행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국마사회장 등 공공기관장 48명을 임명했다.
전문가 “공석 장기화·인사 강행 모두 부담”
전문가들은 공석 장기화와 인사 강행 모두 부담이 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권 임기(5년)와 공공기관장 임기(3년)가 엇갈리지 않게 조정하는 게 좋다"고 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꼭 필요한 인사라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처럼 여야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