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폭행 말도 안돼…우린 안전” ‘고수익’ 미끼 한국인 모집 활개

2025-10-13

13일 오전 동남아시아 한국 교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텔레마케팅’ ‘로맨스채팅’ 구인 글이다. 올해 1~8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가 330건이 접수된 가운데 이처럼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한국인 유인 시도가 활개치고 있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중국·베트남·태국 등지에서도 ‘월 수천만원 수익 해외 취업’을 걸고 한국인을 모집하는 광고도 많다.

이들은 미국·일본·동남아 한인 사이트는 물론 국내 대학생 취업 사이트에 “외국계 기업으로 동남아지사 정규직을 모집한다”며 버젓이 구인 광고를 하기도 했다. 직군은 대부분 ‘텔레마케팅(TM)’, 최고급 숙소를 포함해 숙식·항공권 무료 제공, 월수익 1000만~2000만원 보장 등도 공통점이다. 특징은 회사 연락처 대신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텔레그램 아이디를 남겨 놓은 채 구직자에게 1대1 접촉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날 대학생 취업 사이트 올라온 구인 광고는 “간절하신 분, 국내에서 수입이 없어 힘드신 분, 돈 욕심 많으신 분, 친구·커플 동반 전부 환영입니다”라며 “오셔서 돈벌 생각만 하세요. 우리 실패 많이해봤잖아요. 뭐가 무섭겠어요”라고 유혹했다.

“보이스피싱 가능?” “우리는 캄보디아보다 안전”

이날 직접 한 인력 모집책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송하니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 위치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이라는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모집책 A씨에게 급여 수준을 물어보니 “기본급이 월 2000달러(약 286만원)고, 평균 7000~8000달러씩 벌어간다”며 “숙식이 제공되고 2인 1실 기숙사를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회사가 시아누크빌 시내에 있다고 소개한 다른 브로커 B씨는 ‘보이스피싱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투자 사기니깐 그런 쪽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곳은 4~5년 정도 유지된 오래된 회사”라며 “(납치·감금 등) 문제가 생기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도 했다. 특히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의한 한국인 납치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일부 거지 같은 회사들의 얘기”라며 “우리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태국에 있다는 모집책 C씨도 구직 문의에 “우리 일은 보이스피싱인데 가능한가?”라고 답했다. C씨는 “검찰을 사칭해 전화하는 업무고, 경험은 필요 없고 돈 욕심만 있으면 된다”며 “인센티브제로 운영하며, 사기로 벌어들인 돈에서 6%를 본인이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캄보디아는 사건·사고가 많은데, 우리는 도심에 있어 치안도 좋다”며 “우리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문제가 없고, 한국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보이스피싱 업무 등을 알선한다는 브로커 D씨는 “우리가 한국 사람을 소개하는 일을 한 지 15년째”라며 “요즘은 오히려 구인이 잘 안 되는 편인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신뢰’(trustman77)라는 텔레그램 닉네임을 쓰는 D씨는 “지원자 대부분은 자신이 하게 될 일이 범죄와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을 99% 알고 오는 것”이라며 “취업 사기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대통령실은 잇따라 발생하는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에 대응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에는 외교부·법무부·경찰청 등이 참여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실태를 공유하고 현지 당국의 협조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경찰 간 협조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성빈·이영근·김정재·김창용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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