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신탁사 줄소송…교보증권 등 657억 청구

2024-10-28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대주단이 신탁사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소송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금융 당국은 잘못된 업계 관행을 바로잡는 동시에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책임준공형 사업장에 대한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 공시 서비스에 따르면 세종시 일대 호텔 개발사업에 투자한 교보증권 등 대주단은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657억 7000만 원 규모의 약정금을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업장은 세종시 어진동 일대에 신라스테이 등 호텔과 컨벤션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0년 말 착공했는데 준공 목표 시점이 지속적으로 늦춰지면서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대주단은 신한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의무를 위반했다며 대출원리금과 전환사채원리금, 이에 따른 지연손해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 신탁은 시공사가 일정 기간 내 건축물을 준공하지 못하면서 신탁회사가 의무를 대신하는 신탁 상품이다. 책임준공이 이행되지 않으면 신탁사는 대주단에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통상 도급 순위가 낮은 중소 시공사가 참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준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책임준공이 이뤄진다. 신탁사도 부동산 활황기에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책임준공형 신탁을 늘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 신탁의 수탁액은 2020년 말 8조 4000억 원에서 2023년 9월 17조 1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 건설사 폐업이 늘고 공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책임준공 사업장 가운데 분양 성과가 미흡해 대출금융기관의 원리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 규모는 8796억 원으로 지난해 말(4972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정률 부진으로 향후 기간 내 준공이 어려운 사업장 규모도 5845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주단과 신탁사 간 법적 분쟁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책임준공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기된 소송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575억 원), 안성·평택 물류센터(860억 원), 창원 멀티플렉스(524억 원) 등 여러 사업장에서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KB부동산신탁도 지난달부터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대주단과 평택 물류센터 관련 10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배상 범위를 놓고 양측 간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대주단은 PF 대출원리금까지 신탁사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신탁사는 준공 지연으로 발생한 실질적인 손해액만 배상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책임준공형 사업장에 대한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배상 한도를 놓고 대주단과 신탁사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법원 판단도 지켜봐야 하는 만큼 고심이 깊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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