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얼굴’로 뷰티여왕 됐다, 140만원 쥐고 9300억 벌었다

2024-12-15

'온 에어'

미국 유명 홈쇼핑 채널 QVC의 스튜디오에 생방송을 알리는 빨간색 등이 켜졌다. 카메라는 제이미 컨 리마의 얼굴을 삼킬 듯 클로즈업했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10분. 회사의 파산을 모면하려면 자신이 제작한 컨실러 6000개를 완판시켜야 한다.

리마가 오른쪽 뺨을 클렌징 티슈로 닦아내자 빨간 흉터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컨실러를 바르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방송 마감 10초 전, 쇼호스트가 외쳤다. “6000개, 전량 완판됐습니다. 이제부터 주문하신 물량은 추가 생산해 발송합니다.”

리마는 완판에 추가 주문 3000개까지 받아냈다. 스튜디오의 조명이 꺼지자 남편이 뛰어들어와 그를 안고 "이제 파산 안해도 된다”며 기뻐했다.

리마는 미국 내 점유율 2위인 럭셔리 뷰티 브랜드 잇코스메틱스의 창업자다. 한국 시장엔 진출하지 않았지만, 뷰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이미 한국 여성에게도 꽤 알려진 브랜드다.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 명단에 수차례 이름 올린 그의 자산은 현재 약 6억5000만 달러(약 9300억원·2024년)로 추정된다.

하지만 14년 전 QVC 첫 방송 당시만 해도 통장 잔고가 1000달러도 안 돼 언제 파산할 지 몰라 떨던 처지였다. 화장품 사업에 대한 경험·지식이 전무했던 리마의 성공 비결,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던 '도구 상자'의 정체, 세계적 브랜드를 일구고도 갑자기 업계를 떠난 사연, 비전 강연자로 변신한 그가 여성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공개한다.

나의 결점이 최강의 무기

리마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실제로 그는 경영학 전공자로 화장품 개발에 필요한 화학·생물학 지식이 전무했다.

리마는 원래 직업은 지역 방송국 뉴스 앵커이자 리포터. 그를 화장품 사업으로 이끈 건 20대 후반 갑작스럽게 발현된 주사 피부염(rosacea)이었다. 양쪽 뺨엔 느닷없이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우둘투둘 거칠어지면서 때때로 사과처럼 부풀어 올랐다.

병원을 전전했지만, 의사들은 “완치는 불가능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몇몇 치료법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매일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그에겐 절망적인 상황, 결국 메이크업으로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메이크업을 위해 드럭스토어의 모든 제품, 고가의 백화점 명품을 다 써봤지만 별 소용 없었다. 전문 아티스트들에게 알아낸 전문가용 제품, 특수 화장법으로도 붉은 흉터는 가려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화장품의 독한 성분 때문인지 피부는 더 악화됐다. 어느 날 아침 뉴스 라이브를 진행 중인 리마에게 프로듀서가 날 선 목소리로 “얼굴에 묻은 빨간 거 뭐죠? 빨리 닦아요”라고 외친 적도 있었다. 스튜디오의 뜨거운 조명에 메이크업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리마의 귓전엔 “너 때문에 채널 다 돌아간다” “못생겨서 해고될 거야”라는 환청이 들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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