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만 돼도 ‘감사합니다’ 하고 얼른 사인하려고 했는데…”
NC 유격수 김주원(23)이 입단 5년 만에 연봉 2억원 고지에 올랐다. 김주원은 지난해 연봉 1억6000만원에서 4000만원 오른 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주원은 스프링캠프 첫날인 25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너무 좋은 조건을 주셔서 앉자마자 바로 사인하고 나왔다”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김주원 본인의 말로는 연봉 동결만 돼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협상장에 들어갔다는 것.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9위로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김주원 개인도 부진했다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고, 실제로 부진했다. 7월까지는.
김주원이 지난 시즌 타율 2할대를 처음 기록한 날짜가 지난해 5월10일이다. 4타수 2안타를 때리며 타율 딱 0.200을 찍었다. 초반 슬럼프를 벗어나는가 했는데 시원스레 치고 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1할9푼대와 2할대를 오가는 답답한 행보가 이어졌다. 시즌 3분의 2가 지난 7월31일까지 김주원은 타율 0.197에 OPS 0.626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8월부터 김주원은 미친 듯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8월 한 달 동안 69타수 23안타로 타율 0.333, OPS 0.970을 기록했다. 9월에도 김주원의 방망이는 여전히 뜨거웠다. 78타수 27안타를 때리며 타율 0.349, OPS 0.935를 기록했다. 전반기 타율 0.195 OPS 0.620이라는 초라한 숫자가 시즌을 마치고 나니 타율 0.252에 OPS 0.750으로 바뀌어 있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지만 지난해 김주원의 경우는 반대였다. 후반기 인상적인 활약을 했지만, 팀은 5강 가능성이 이미 많이 작아진 뒤였다. 전반기 지독한 부진을 털어내기까지 시행착오가 워낙 많았다. 김주원은 “와일드카드도 못 나가고 하위권에서 그대로 끝나버려 많이 아쉬웠고, 분하기도 했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어떻게든 개인 커리어 하이 성적이라는 말에는 “그렇게 말하기는 사실 숫자가 너무 부끄럽다”면서 “그래도 시즌 후반에 내 걸 좀 찾은 것 같고, 얻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2개 대회 연속 국가대표 유격수로 뛰었다. 타격은 부침이 있었지만, 수비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좋은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원래도 수비 범위가 넓고 송구가 강했는데, 안정감까지 더했다. 2023년 실책 30개에서 지난해는 18개까지 줄였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이제는 정말 야구만 잘하면 된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책임감과 설렘으로 새 시즌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 후반기의 좋았던 기억을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타석에서 어떻게 더 파워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훈련 중이다. 지난해 김주원은 9홈런으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실패했다. 김주원은 지난해 시즌 중반까지 계속된 슬럼프에 대해 “작년에는 캠프부터 조금 타이밍이 안 좋았는데 시범경기 들어가고 시즌 들어가면 괜찮아질 거로 생각하면서 조금은 편하게 들어간 것 같다”며 “이번에는 시작할 때부터 타격 타이밍을 계속 맞춰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일했던 부분을 시행착오 삼아 올해는 다른 자세로 시즌을 시작하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