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에 선을 그어라” 2루타 사라진 MLB··· 또다른 혁명이 가능할까

2025-12-04

메이저리그(MLB)에 2루타가 사라졌다. 사무국은 고민이 크다. 팬들은 보다 더 역동적인 야구를 원하고, 사무국도 그런 야구를 지향하지만 2루타가 나오질 않는다.

스포츠종합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올시즌 MLB 2루타와 3루타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경기당 2루타 1.59개가 나왔는데 1992년 이후 최저다. 2007년 시즌 전체 2루타가 8242개였는데 올해는 7745개에 그쳤다. 같은 기간 3루타는 939개에서 628개로 줄었다. 올시즌 2루타와 3루타를 모두 합치면 8373개다. 2019년은 2루타만 8531개였는데 그보다도 더 적다.

현장의 타자들도 2루타 가뭄을 체감한다. 휴스턴 강타자 알렉스 브레그먼은 디애슬레틱에 “이제는 담장을 때려야 겨우 2루타가 되는 것 같다. 말이 안 된다”고 푸념했다.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은 ‘지금이 2루타를 치기 가장 어려운 시대 아니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2루타가 줄어든 이유는 분명하다. 리그 외야 수비 트렌드가 달라졌다. 과거 MLB 외야수들, 특히 중견수는 종종 전진수비를 펼쳤다. 단타가 될 공을 몸을 던져 잡아내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아니다. 단타 몇 개를 잡아내는 걸 포기하는 대신 2루타와 3루타를 최대한 억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단타 몇 개를 얻어맞는 것보다 2·3루타 하나를 내주는 손해가 더 크다는 걸 ‘수학적’으로 확인한 결과다.

MLB가 외야 수비 위치를 숫자로 측정한 건 2015년부터다. 당시 리그 중견수들은 평균적으로 홈에서 95.1m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양쪽 코너 외야수는 89m 지점에 섰다. 10년이 지난 올 시즌 리그 중견수 평균 수비 위치는 홈에서 98.5m 떨어진 곳이다. 10년 사이 3m 이상 더 뒤로 물러섰다. 양쪽 코너 외야수들도 1m 정도 더 뒤에 서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요즘 외야수들은 (측정 이후) 외야 가장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아마 역사상 가장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투수 구위가 훨씬 더 강력해졌고, 외야수의 운동 능력도 월등히 좋아졌다. 그 결과가 2루타 가뭄이다.

문제는 재미다. 팬들은 뛰는 야구를 원한다. 야구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종목이다. 외야 깊숙히 공을 때리고 2루 혹은 3루까지 주자가 내달리는 건 그런 야구에서 가장 역동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의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관중석 함성은 어느때보다 커진다. 사무국은 당연히 그런 장면이 더 많이 나오는 야구를 원한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깊숙한 수비가 문제라면, 특정 위치 뒤로 아예 설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앞서 MLB 사무국은 더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기 위해 내야 수비 시프트를 제한했다. 같은 논리로 외야 수비에도 제한을 둘 수 있다.

외야 담장을 따라 곡선을 긋자는 아이디어는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에서 우승을 이끌었던 명단장 출신 테오 엡스타인이 내놓은 아이디어다. 단장에서 물러난 뒤 그는 MLB 사무국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보다 더 역동적인 야구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재임기간 그는 내야 수비 시프트 제한, 피치클록 도입,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일련의 ‘개혁’을 주도했다.

엡스타인은 디애슬레틱에 “외야 수비를 조정하면 내야 시프트 제한과 비교해도 경기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야수가 3m씩 앞으로 나올 때마다 리그 전체 2·3루타 비율은 0.2%씩 증가한다는 근거도 내놨다. MLB는 엡스타인의 아이디어를 2022년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실제로 실험도 해봤다. 다만 그 이상 구체적인 논의나 적용은 없었다. 현장에서도 아직 찬반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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