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까지 부르는 심장질환…심방세동을 아시나요

2025-02-14

오일영의 즐거운 건강

지난번에는 불편한 부정맥(들쑹맥)인 조기박동(엇박맥)에 대해서 다루었다. 오늘은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부정맥인 심방세동(심방잔떨림), 심방조동(심방된떨림)을 다루려 한다. 지난해 대한부정맥학회에서 발표한 ‘한국 심방세동 팩트 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심방세동 유병률은 2.2%(2022년)로 2013년 1.1%에 비해서 두 배 증가한 숫자이다. 특히 고령 인구에서 더 큰 폭으로 증가해서 80세이상의 유병률은 12.9%에 이르며, 60대 이상에서는 5.7%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심방조동은 심방세동과 잘 동반되는 유사한 부정맥으로 심방세동과 임상양상이 매우 유사해서 아래에서는 심방세동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하겠다.

80세 이상 유병률 13% 매우 흔한 질환

심방세동의 원인은 심장 구조의 이상으로 이차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노화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맥에서는 심방은 수축을 통해 심실의 이완기 말에 심실에 피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방의 정상적인 수축이 사라지고 미세한 떨림만이 있어서 피가 심방 내에서 고여 있게 된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피가 고여 있게 되면 피가 굳게 되고 심방 내에 피떡(혈전)이 생긴다(첫번째 그래픽). 이 혈전이 심방에서 떨어져서 동맥을 통해 몸의 여러 장기로 흘러가다 작은 혈관 부위에서 걸려서 피의 흐름을 차단하게 되면 그 부위의 장기가 썩게 되고, 막힌 부위에 따라 뇌졸중(뇌경색)·심근경색증·장경색증·콩팥경색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 중 작은 혈전에 의해서도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뇌졸중이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정상보다 빠른 맥이 생기기도 하고 느린 맥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두근거림의 형태로 느끼는 분들도 계시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심방세동으로 인해서 뇌졸중이 발생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심방세동을 진단받기도 하고 건강검진 때 시행한 심전도에서 우연히 진단받기도 한다. 2021년 ‘대한부정맥학회 심방세동 진료 지침’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맥박측정을 통해 심방세동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심박세동 맥박의 특징은 일정 간격으로 뛰는 정상맥과 달리 규칙성이 전혀 없는 불규칙한 맥의 간격이 특징이라서 맥박측정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두번째 그래픽). 심방세동 초기에는 동율동과 심방세동을 왔다갔다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빈도가 증가하고 결국 지속적인 심방세동 상태가 된다. 전자를 발작성(급작스런) 심방세동이라 하고 후자는 지속성 심방세동이라 한다. 지속성 심방세동 상태가 1년 이상 오랜 기간 지속되어 더 이상 정상 맥으로 돌리기가 어렵게 되면 영구형 심방세동이라 불린다. 심방세동은 심전도를 통해 진단이 되고 최근에는 시계와 같은 휴대용 심전도 장치를 통해서도 진단이 가능하다.

심방세동을 진단 받은 환자들이 흔하게 하는 질문은 “내가 얼마나 심한 상태인가요”이다. 암의 병기처럼 국소 부위에 있는 초기,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된 말기가 익숙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심방세동 역시 진행성 질환으로 심방세동을 앓은 기간에 따라서 발작성, 지속성, 영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암의 병기처럼 영구형이면 말기이고 발작성이면 초기라고 할 수 있지만 암과는 달리 오래되었다고 위험하고, 초기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뇌졸중 예방인데, 뇌졸중의 위험도는 발작성, 지속성, 영구형 모두에서 유사하게 높고, 위험의 정도는 본인이 갖고 있는 심혈관계 위험인자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심부전,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의 유무, 나이(65세 이상), 뇌졸중의 과거력이 뇌졸중의 위험도를 결정하는데 많을수록 더욱 뇌졸중의 위험도가 증가된다. 예를 들면, 고혈압·당뇨가 동반된 75세 환자가 처음으로 발작성 심방세동을 진단받으면 수년간 지속성 심방세동 치료를 받아 온 동반 질환이 없는 55세 환자보다 연간 뇌졸중 발생의 위험도는 4배 이상 높다.

고혈압·당뇨 등 있으면 뇌졸중 위험 증가

뇌졸중의 위험도가 높은 심방세동 환자들에서 항응고제를 통해서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심방세동 치료의 핵심이다. 75세 이상, 뇌졸중의 병력, 앞서 설명한 위험인자 중 나머지 2개 이상을 갖고 있으면 반드시 항응고제를 사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쥐약으로 사용하던 와파린을 사용해서 치료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사용이 편한 비 비타민 K 길항제 항응고제(일명 노악, NOAC / 다비가트란·리바록사반·아픽사반·에독사반을 사용 중)가 널리 사용된다.

항응고제 치료의 어려움은 지혈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항응고제 치료의 뇌졸중 예방효과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출혈은 이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는 큰 두려움이 되어 이 때 임의로 중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상 콩팥기능에서 노악의 경우 이틀 이상을 중단하게 되면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뇌졸중의 예방효과도 함께 없어진다. 따라서 긴 기간 중단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충분히 지혈이 가능한 출혈 때문에 함부로 항응고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되며, 출혈이 예상되는 시술 및 수술 전에는 항응고제를 처방하는 의사와 반드시 상담을 통해 중단 기간과 재시작 시점에 대해서 결정해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위험한 부정맥과 부정맥을 가장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부정맥 시술들에 대해서 다뤄 보겠다.

오일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중재시술 인증의로 부정맥 환자 시술 및 치료에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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