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혹한 北 인권 실태, 국회 서둘러 北인권재단 출범시켜라

2024-06-27

정부가 어제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 북한 정권의 끔찍한 인권침해 실태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인권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남한 가요와 영화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는 어느 청년의 사례다. 한 탈북민은 “2022년 황해남도에서 공개 처형을 보았다. (대상자는) 농장원으로 나이는 22세”라며 “재판관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괴뢰(남한) 놈들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고 읊었다”고 증언했다. 길거리에서 단속원들이 수시로 시민들 휴대전화를 빼앗아 ‘아빠’, ‘쌤’(선생님) 등 남한식 말투를 쓰는지 검색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패한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개혁·개방에 나서기는커녕 되레 주민 통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그저 딱할 따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인권법에 따라 출범하게 돼 있는 북한인권재단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사 추천 보류로 무려 8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국회는 2016년 3월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 등을 목표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률은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규정하면서 총 12명의 재단 이사 중 10명을 여야가 5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문제는 20대 총선 이래 줄곧 원내 1당이고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재단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덧 8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논의하지 못했다”는 민주당의 해명은 군색하기 그지없다. 실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그 주민들을 위해서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북한인권보고서의 일독을 권한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이사를 추천해 재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행정부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책임을 물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과거 서독은 동독 정권의 인권침해 실태를 낱낱이 조사해 기록으로 남겼다가 통일 후 관련자 처벌의 근거로 활용한 바 있다. 우리도 독일을 본받아 인권침해에 가담한 북한 정권 인사들 명단과 구체적 혐의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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