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급감과 젊은 층의 수도권 지역으로의 유출로 인해 숨만 붙어 있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대개 농어촌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산과 대구, 광주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충청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는 젊은 층이 없다 보니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역상권이 형성될 수도 없고 있던 상권마저 쇠퇴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위기에 접어든 지역은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기본 시설들인 병원, 학교, 대규모 마트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그 지역에 있던 사람들마저 형편이 나은 지역으로 떠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이 붕괴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반세기 전부터 들려왔지만 정부,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등 사회구성원들이 이러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수도권 집중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려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경제 활성화, 교육 및 의료 인프라 강화,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실효성 증대, 지방 교통망 확충 등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한정된 재원을 나누어 투자하기 위해서는 국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지혜 그리고 공론화가 필요하다.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풀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고정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인구수에 의해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 공론화 장은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는 장소에 불과하였다.
우리 속담 중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늦었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러나 모든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실제로 너무 늦은 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기한을 핑계로 도전을 회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두렵기도 하고, 하기 싫고 귀찮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생각으로 현안 문제에 과감히 도전한 경우는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공론화의 장이 열려야 하고 균형 잡힌 정책이 수립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언론이다. 특히 지역 언론들은 지역의 붕괴를 막는 하나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 언론은 지역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지역 차원의 위기를 다루는데 강점이 있다. 중앙언론과 달리 그 지역 언론이 그 지역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극복하는 방안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지역 현안의 공론화는 지역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지역 언론은 이를 지원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감시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요즘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을 뜻하는 저널리즘(Journalism)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저널리즘이 붕괴된 원인은 디지털 정보의 품질 저하, 수익 모델의 변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 독자층의 분산, 그리고 언론 신뢰도의 하락 등이고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월호 침몰 참사 사건 때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탄생되어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저널리즘(Journalism)의 어원은 ‘매일 매일 기록한다’는 뜻을 가친 라틴어 디우르나(diurna)다. 고대 희랍과 중세의 음유시인들이 구술로 새로운 소식을 전했고, 17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현대적인 형태의 신문이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건국 과정에서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첫 번째 가치로 요구하면서 현재의 ‘저널리즘’이 하나의 정당한 민주사회의 권리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5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디지털 기술의 파괴력은 지난 100여년을 지탱해온 뉴스 제작과 보도 체제의 사업 모델을 심각할 정도로 무너뜨렸다. 이러한 기술 격변이 초래한 언론의 위기 속에서도 저널리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시민들의 필요에 의해 탄생하고, 시민들 속에 있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더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 언론은 지역 주민들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중심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 단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위 정보나 가짜 뉴스를 바로잡아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지난 36년 동안 우리 지역의 주민들과 협력하여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켜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전북도민일보의 창간 3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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