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갈 지(之)자' 행보…산업·국방 예산 비중 줄고, 복지 늘어

2024-11-22

[비즈한국] 윤석열 정부는 정권 교체 이후 전임 정부의 재정지출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또 과도한 복지가 재정에 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펼칠 뜻도 내비쳤다. 아울러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분야별 예산 분배 상황을 보면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앞선 보수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가 성향 그대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와 국방비 증액 등을 펼치고, 박근혜 정부도 국방 예산과 공공질서·안전 예산에 신경을 쓴 모습을 보였다. 또 진보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 지적처럼 보건·복지·노동에 대한 예산 비중을 늘리고 국방 예산 비중을 낮췄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임기 초반 공언과 달리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 비중과 연구·개발(R&D) 예산 비중, 국방예산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노동 예산 비중은 정권 초에는 낮춰지는 듯하더니 올해 슬그머니 올라갔다. 정권 초와 다른 예산 배정 등 갈 지(之)자 정책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래 세대 짐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우리 경제의 체질을 민간주도 성장으로 바꾸겠다고 언급해왔다. 이를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중소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약속했고,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계획도 내놓았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깔아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또한 복지정책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 등 야당의 정책을 겨냥해 “무차별 현금 뿌리기는 없다”며 “어려운 계층부터 두꺼운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정권답게 국방비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정부 들어 예산 지출 상황을 보면 이러한 방향으로 지출이 이뤄지는지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개 분야별 예산 지출에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와 R&D 지출 비중은 윤 정부 들어 감소세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지출은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였던 2021년에 전체 예산 지출의 4.7%였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 4.5%로 떨어지더니, 2023년에는 3.9%까지 하락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지출 비중이 3%대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온 2010년 이후 처음이었다. 올해도 소폭 오른 4.0%에 그쳤다. R&D 지출 비중 역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 3.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대로 내려앉은 뒤 올해까지 3년 연속 3.8%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 비중은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 비중은 35.6%까지 늘어났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2022년 35.3%로 줄었고, 2023년에는 34.9%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 비중이 36.7%로 껑충 뛰면서 역대 최대 수준까지 올랐다. 국방비 지출 비중도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던 2017년 10.0%였던 국방비 지출 비중을 2021년 9.4%까지 낮췄다. 그런데 이러한 국방비 지출 비중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 8.9%로 떨어진 데 이어 2023년에는 8.8%까지 하락했다. 올해 9.0%로 올랐지만 사병 월급 인상에 투입된 비용을 감안하면 국방 강화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다.

특히 이러한 분야별 지출 비중 추이는 정권 철학과 맞게 예산을 사용한 전임 정부들과 차이를 보인다. 현대건설 출신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반기였던 2010년에 SOC 지출 비중은 8.5%에 달했다. 국방비 지출 비중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10.1%였다. 보수 정부인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방비 지출 비중은 2015년(9.9%)을 제외하고 임기 내내 10.0%를 유지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비 지출 비중을 낮췄다. 대신 2017년 32.0%였던 보건·복지·노동 지출 비중을 2021년에 35.6%까지 늘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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