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에 더해 트럼프발(發) 악재로 수출까지 꺾이는 다중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어 스텝이 조금만 꼬여도 2% 달성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민간기관들의 전망은 더 암울하다. JP모건(1.7%), 바클레이스(1.8%) 등을 비롯해 국내 증권가에서도 1%대 성장률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율 관세 리스크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우려 등 ‘트럼프 패닉’이 우리 경제의 회복력을 저해하는 중대 변수임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한국의 주식시장은 역주행하며 주춤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위기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안일함에 있다. 사방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위기 상황은 지나갔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정책 부재 속에 우리 경제는 ‘트럼프 시대’를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맞고 있는 셈이다. 경제 살리기 입법은 내팽개치고 정쟁에 몰두하는 국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큰 상법 개정안 추진을 강행하며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려 한다. 오죽하면 한국경제인협회와 16개 주요 기업 사장단이 21일 상법 개정 중단을 촉구하며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과 예산에 힘써달라”는 긴급 성명까지 냈겠는가.
지금은 경제 비상시국이다. 기업들은 이미 비상 경영에 돌입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과 인적 쇄신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더 이상 늑장 대응과 엇박자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IMF의 지적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경제정책’이다. 정부는 조속히 비상 체제를 갖춰 금융 변동성 확대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면서 전략산업 전방위 지원과 규제 개혁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도 정쟁을 멈추고 경제·민생 살리기 입법으로 저성장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