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발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에 기획재정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정부 내 정책 엇박자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창구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재부는 22일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에서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고위 관계자의 발언으로 “내년 초 추경으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지만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당국인 기재부는 이에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금까지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에 맞춰 추경 가능성을 일축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경은 박근혜 정부 시절 3번에 걸쳐 40조 2000억 원, 문재인 정부에서 10회 143조 1000억 원이 편성됐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1번(39조 원)에 그쳤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해당되고 꼭 필요할 때만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30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해도 (추경 없이) 가용한 자원으로 대응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기재부도 재정 확대 방향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정도가 아니고서는 연초 추경을 편성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본예산을 통과시킨 뒤인 다음 해 2~3월께 추경 카드를 꺼내왔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명분 없는 정책 노선 급선회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의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소통 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대통령실이 상속세 개편 같은 사안을 구체적인 세율과 함께 먼저 내놓은 것을 포함해 ‘기재부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