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난해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국가 예산 7200만파운드(약 1270억원)를 썼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대관식 진행을 전담하는 정부부처인 디지털문화부가 이날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보면, 왕실은 지난해 5월6일 열린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준비에 5030만 파운드를 썼으며 당일 경호 업무에 2170만 파운드를 지출했다.
왕실은 경제 사정이 나빠진 점을 고려해 과거보다 대관식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국민들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관식에 많은 예산을 쓰는 건 사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왕실은 “한 세대에 한 번 뿐인 순간”이라며 “영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를 전 세계에 보여줄 특별한 기회”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찰스 3세의 대관식 생중계를 시청한 사람은 약 2000만명으로 추산됐으며, 이는 선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을 지켜본 인원(약 3000만명)보다 적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는 왕실에 대한 무관심과 군주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차 커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대관식 무렵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영국인의 64%가 “대관식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국 내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대표인 그레이엄 스미스는 “정부 발표에 나온 비용 외에 소방과 교통당국, 지방의회가 쓴 예산까지 반영하면 지출은 더 클 것”이라며 최소 1억 파운드(약 1760억원)에서 최대 2억5000만(약 4400억원)이 쓰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스미스 대표는 “영국 헌법이나 법률상에는 국왕의 대관식을 치러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며 “찰스 국왕의 고집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여유도 없을 정도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왕이 7천만 파운드가 넘는 돈을 쓰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