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연구 급한데…R&D 예산 내년 소폭 증가

2024-11-21

정부가 올해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에도 회복되지 않으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등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가 전체 R&D사업 예산은 26조5369억원으로 전년(31조778억원)보다 14.6% 깎였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전체 R&D사업 예산안은 29조6783억원으로 올해 대비 11.8% 늘었지만 2023년보다 4.5% 적은 수준이다.

그중 기후변화 대응 R&D사업 예산은 내년에 2조5707억원으로 편성되면서 2023년 2조5998억원에서 올해 2조3379억원으로 10.1% 삭감된 후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빈번해진 이상기후로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농업부문의 기후변화 대응 R&D사업 예산 상황도 좋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련 예산은 2023년 435억3800만원에서 올해 317억300만원으로 27.2% 줄어든 후 내년에 329억6000만원으로 4% 올랐을 뿐이다.

농촌진흥청의 기후변화 대응 R&D사업 예산은 지난해 1665억2000만원에서 올해 1330억5100만원으로 20.1% 삭감됐지만 내년엔 1530억4800만원으로 15.0% 증액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예산 감축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정과제에는 탄소중립 실현,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선진화된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기후변화 대응 사안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관련 R&D 예산이 쪼그라들면서 일부 기술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R&D사업 평가’에 따르면 올해 기후변화 대응 R&D사업 지원 과제 가운데 24건이 중단됐다. 연간 5∼6건 중단 과제가 발생하던 것에 비해 많은 건수다. 올해 과제 중단 사유로는 ‘연구비 삭감’이 58.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예정처는 “예산 감소로 연구과제 중단 건수가 증가하면서 과제 연구비와 연구 성과가 매몰될 우려가 있으므로 기후 기술에 대한 중장기 투자 관점의 예산 편성 노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또 다른 국정과제인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농진청의 R&D 예산은 2023년 7612억원에서 올해 5823억원으로 23.5% 삭감됐다. 이에 따라 올해 ‘지역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생산 안정화 기반 기술 개발사업(64억8500만원)’과 ‘농식품·농산업 기술 수출 지원사업(17억5700만원)’이 중단되고 다른 사업의 예산도 축소됐다. 내년 R&D 예산안은 6097억원으로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R&D가 주축이 되는 스마트농업 확산과 그린바이오 기술 확충 등 농업 미래성장산업화 관련 예산은 2023년 2400억원에서 올해 2007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엔 1380억원까지 줄어든다.

농진청의 R&D 예산 문제는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화두가 됐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은 “농진청 스마트농업 R&D 예산은 2023년 333억7400만원에서 올해 255억3800만원으로, 내년엔 233억5400만원으로 더 깎인다”며 스마트농업 확산이란 목표가 헛구호에 그쳤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R&D 투자가 저조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농업부문 기술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발표한 ‘2022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 분야 기술은 최고 수준(100%)인 유럽연합(EU) 대비 82.5%로 3.4년 뒤처져 있다.

특히 기술 수준이 가장 낮게 평가된 스마트팜(77.5%)은 EU와 격차가 4년에 달하며 미·일·중에도 뒤진다. 저항성·고기능성 품종 개발 기술 수준(81.0%) 역시 EU·미·일·중보다 낮다.

하지혜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