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참사가 남긴 질문

2025-11-20

[울산저널]이승진 기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노동자 7명이 끝내 ‘퇴근’하지 못했다. 60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 공간에 매몰된 이번 참사는 단순한 현장 과실이나 우연한 재해가 아니라 국가 산업안전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사고 수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계 일각에서 ‘노란봉투법’을 주목하고 있다. 이 법은 쟁의행위 범위를 정상화하고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며 실질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너진 보일러 타워 아래에서 드러난 문제 본질은 “위험을 말할 수 있었나”, “말해도 달라질 수 있었나”, “책임은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정리된다.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공사는 다단계 하청 구조가 얽혀 있었고 공정 압박, 인력 부족, 위험성 평가 형식화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는 위험을 발견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위험을 알리거나 작업 중지를 요구하면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원청이 책임을 피하고 하청만 책임을 떠안게 되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종사하는 이들은 “사고의 절반은 이미 예견된 위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현장에서 감지된 위험 징후는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점에서 노란봉투법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노란봉투법은 단순히 노동조합 쟁의권을 확장하는 법이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조건과 안전 문제를 실질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법이라는 점에서 산업안전과 직결된다. 참사를 수습하고 책임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지금, 이 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막아 노동자가 위험을 말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 둘째, 실질 사용자 개념을 명시해 원청이 안전·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셋째, 쟁의 범위를 노동조건 전반으로 정상화하고 시간·인력·공정·안전 문제를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울산화력발전소처럼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기본 조건과 직결된다.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실질적인 책임자에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다.

실제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현장일수록 노동조합 영향력이 약하고 위험 제기에 대한 보복 우려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확인된다. 이번 울산 사고에서도 ‘하청노동자가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제기하고 이를 원청이 책임 있게 조치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원청인 한국동서발전이 안전관리 최종 책임을 져야 하지만 현장 의사결정은 여러 단계 하청을 통해 분산됐고 위험에 대한 실질 대응은 하청 내부에 머물러 있었다. 노란봉투법이 지향하는 ‘실질 사용자 책임 명확화’는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겨냥한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참사는 산업안전 문제이면서 노동권 문제라는 점이 선명해지고 있다. 공정 압박, 인력 축소, 원가 절감, 단기 계약은 노동조건일 뿐만 아니라 안전 조건이다. 노동자가 작업 속도를 줄이거나 인력을 보강하거나 공정 위험요인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서는 이런 요구가 쟁의행위로 인정되지 않거나 원청은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 노동자는 노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권한 없는 역설적 구조가 반복된다.

이번 사고가 촉발한 사회적 논의는 단순히 “누구의 책임인가”를 넘어 “위험은 왜 반복되나”, “두려워도 왜 말할 수 없나”, “현장은 책임질 주체를 왜 찾지 못하나”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이 질문에 대한 주요 해법이다. 위험을 감지한 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그 목소리가 원청 책임을 촉발할 수 있어야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공공기관이다. 이범 참사는 민간기업보다 더 엄한 처벌을 통해 본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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