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전인데…연말연시 불붙는 ‘하청 성과급’ 논란

2025-12-17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하청 성과급’ 논란부터 불붙었다. 한화오션이 하청 직원들의 성과급 비율을 원청(한화오션) 직원과 같은 비율로 맞춘다는 최근 발표가 불씨가 됐다. 기존 원·하청 교섭 구조를 흔드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사내 협력사(하청) 직원의 성과급 비율을 원청과 맞춘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화오션 직원은 기본급 기준 150%, 협력사는 절반 수준인 약 75%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앞으로는 협력사 직원 1만5000여명도 한화오션 직원과 같은 성과급 비율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원청인 한화오션이 하청인 협력사의 성과급 규모를 직접 보장한 만큼 원청의 사용자 성격을 강화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청 대기업은 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는 식으로 복지 등을 간접 지원했다. 임금·성과급에 직접 개입할 경우 하청 근로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 조선하청지회(하청 노조)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성과급 지급 발표 이후 현장에서 지급 대상과 제외 대상, 근속에 따른 차등 여부 등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체 교섭을 통해 성과급 지급 대상과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서도 냈다.

한화오션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바람직하다”고 치켜세웠다. 노사 관계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 연말연시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조선업은 물론 자동차·철강 등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제조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당장 12일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는 울산공장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어 “‘진짜 사장’인 현대차가 나서 성과급을 올려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차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 근로자다. 현대차 공장에서 미화·보안·급식 등 업무를 맡고 있다. 현대차가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기본급의 450%)과 비슷한 비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속한 하청업체 경영진이 아닌 현대차를 상대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한 셈이다. 한 철강업체 임원은 “현대차를 시작으로 내년 3월 이후 하청 업체마다 ‘진짜 사장’을 외치며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마다 하청 근로자 표심을 노린 요구도 분출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의 김종훈 동구청장은 “HD현대도 한화오션처럼 하청 근로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하청 노조의 성과급 인상 주장에 원청인 대기업이 불리한 상황에 몰린다는 점이다. 하청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측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한 대기업 노사담당 임원은 “산업 안전 등 비교적 사용자로 인정받기 쉬운 항목을 앞세워 교섭에서 성과급 인상 등 요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매출액 5000억원 이상 기업 100곳을 설문한 결과 87%가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하는 어려움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청과 과도한 내용의 요구 증가(74.7%·중복응답)’와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실질적 지배력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 증가(64.4%)’를 많이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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