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오스카 석권한 독립영화, 한국 독립영화계의 봄은 올까 [기자수첩-연예]

2025-03-09

전 세계 영화제에서 독립영화가 저력을 발휘했다. 600만 달러로 만들어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 78회 칸 국제영화제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뿐만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편집상까지 5관왕을 차지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영화 산업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극장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라고 감독상에서 수상 소감을 전했으며 작품상 수상 당시에는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독립영화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독립영화가 이 세상에 더 필요하다. 지금 이 트로피가 바로 그 증거"라고 독립영화의 중요성 강조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독립영화가 오스카와 칸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마이키 매디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반면, 한국의 독립영화계는 여전히 차가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지원 예산은 52억원에서 24억원으로 54%가량 삭감된 것에 이어 올해는 32억원으로 배정 받았다.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서울독립영화제는 정부 지원 예산이 삭감되며 큰 타격을 입었고, 이러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올해 영화제 지원 사업에 공모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포함해 상당수 영화제의 예산을 50% 깎은 데 항의하며 예산 복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차원의 항의다.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지원 예산이 지난해보다 7000만원 삭감됐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지원 예산은 6000만원 전액 삭감했다. 이러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영화인 초청 계획과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 제공 등을 대폭 축소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독립예술영화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제한한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도 전국 68곳으로 정체 상태를 유지하며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기준 전국 68개로, 2023년(69개)과 비교해 1곳이 줄었고, 이는 2021년(69개), 2022년(68개)과 비교해도 거의 변화가 없는 제자리걸음 상태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성장 정체는 이미 만들어진 독립독립영화의 상영 기회 제한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독립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상업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 기존의 틀을 깨는 실험적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거나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을 조명하는 데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발굴하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용문 역할을 한다. 이는 영화 산업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예술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독립영화의 보존은 곧 문화 다양성의 보존이다.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영화관의 확대와 영화제 지원 예산의 복구, 나아가 독립영화 배급망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 독립영화가 단순히 영화산업의 한 축을 넘어,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변화를 촉진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