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목줄 쥔 중국

2025-02-06

현재 전기차에 가장 중요한 광물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리튬을 꼽을 테다.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개발 중이긴 하지만 현재의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 주요 배터리 제조 업체들은 리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범위를 조금 넓혀, 전력에 기반한 산업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광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조금은 낯선 금속인 네오디뮴(Neodymium)이 빠지기 어렵다. 현재 인류가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이 네오디뮴 자석이기 때문이다. 냉장고 문을 장식하는 것 외에 자석이 대체 어디 쓰이는 걸까.

자석이 산업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이유는 전기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전자기 유도’라는 현상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원리를 설명할 지면은 없다. 다만 물체를 운동시키는 동력(動力)을 전력(電力)으로 전환하거나, 전력(電力)을 이용해 물체를 운동시키는 과정에 강력한 자석이 꼭 필요하다고만 이해해도 무방하다. 그러니 바람의 힘으로 빙글빙글 도는 풍력발전기 날개의 에너지가 전기로 바뀌기 위해서는 터빈(turbine)에 사용할 자석이 필요하고, 반대로 충전된 배터리의 전력으로 자동차 바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기모터 안에 자석이 꼭 필요하단 얘기다.

전력을 이용하는 분야 곳곳에 자석의 수요가 많다 보니, 미국 에너지부에서는 2030년까지 네오디뮴 자석의 수요량이 약 4배, 2050년까지는 7.5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타까운 건 네오디뮴이 흔한 광물이 아닌 희토류(稀土類)라는 점이다. 2020년 기준 전체 희토류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제련되고 있으며, 네오디뮴 자석(NdFeB)의 92%는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 국산 전기차나 국산 배터리의 기술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전기차를 구동하는 모터에 넣을 영구자석이 없으면 차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핵심 광물의 목줄을 쥔 국가가 중국이다.

우리 산업은 완성차와 배터리 모두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벌어진 관세(關稅) 전쟁을 보면, 이제 더는 과거의 자유무역 시대의 평화가 이어질 거로 기대하기 어렵다. 각자의 경제적 급소를 노린 겁박이 상호적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도래할 개연성이 크다. 대응을 위해선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걸 넘어, 폐전자제품의 재처리를 통해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까지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에 중국과 희토류 분쟁을 먼저 겪은 일본은 폐자원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걸 넘어 희토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모터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닛산 자동차는 네오디뮴 자석을 쓰지 않는 사마륨-철 모터를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우리는 여기에 잘 대응 중인 걸까.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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