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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8일(현지시각) 보도로 처음 알려진 세계최대 3기가와트(GW)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한국 건립 소식이 전세계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그 어떤 데이터센터와도 비교 불가일 뿐 아니라, 지난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합작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보다도 3배 큰 어마어마한 규모다.
전세계 공장, 시설, 투자처가 미국으로, 미국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전라남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초대형 AI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더구나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청사진으로 내세운 한국이 세계 최대 AI 인프라와 연산 집적시설을 보유한다는 것 자체로 큰 도약기회를 잡는 것임에 분명하다.
이에 앞서 미국의 신생 투자벤처라고 밝힌 스톡팜로드(SFR)는 18일 오전 6시(미국 실리콘밸리 시각) 길지 않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 35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이같은 사업계획에 대해 전라남도 김영록 지사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가 밝힌 SFR의 공동 설립자는 LG 창업주 3세인 브라이언 구(Brain Koo)와 런던과 요르단에 기반을 둔 글로벌 투자회사 BADR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아민 바르드 엘딘이다.
한국 대표 기업 후손과 오일머니 합작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시작 전부터 부풀릴 것도, 흠잡을 것도 아니라 본다. SFR측이 보도자료에 적시했듯 2030년까지 4383억달러 규모까지 커질 AI데이터센터 서비스시장 수요를 내다보고 선제적 투자와 위치 선정을 했다면 우리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결정이다. 게다가 1만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까지 만들어진다고 하니, 박수칠 일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일 수록 수많은 이해관계가 결부된 만큼, 조속히 실체적 계획과 실행 일정이 공개되는 것이 바른 수순이다. 전남도도 미국 투자회사가 밝힌 투자계획을 그냥 도정 홍보나 치적으로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명확히 관련 팩트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투자 주체이자 발표자인 SFR측도 연내 착공에 필수적인 한국전력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절차를 조속히 밟아야 한다. 미적미적 대면서 2028년까지 완공 목표만 되낸다면 프로젝트의 실체성은 점점도 신뢰를 잃어갈 것이다. 관련 투자자 뿐 아니라, 한국 산업계에 모두 이익이 되는 청사진이 조속히 나오기를 모두 바라고 있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