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수십억 달러 규모 회사지만 파운드리에서는 스타트업과 같습니다.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파운드리 경영진도 모두 1년 새 합류한 외부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TSMC·삼성전자(005930)와 같은 소비자 중심 관점과 역량을 구축하려 합니다.”

케빈 오버클리(Kevin O’Buckley·사진) 인텔 파운드리 수석부사장은 30일(현지 시간) 미 산타클라라 인텔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텔 파운드리는 업계 99%에게는 새로운 존재”라며 “기술 외적으로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던 인텔 고위경영진이 낮은 자세로 ‘후발주자’임을 자처한 것이다. 그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쟁자’라며 “D램과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지닌 회사로 많은 기업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지향적 사고에서 인텔이 뒤쳐져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다. 그는 “18A(1.8㎚·나노미터)는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이지만 순전히 우리 잘못으로 도입 일정을 지키지 못했고 파운드리 사업은 ‘기술’만이 아닌 생태계, 현장 엔지니어 지원이 필수”라며 “다시금 신뢰를 얻기 위해 아는 것만 말하고 말한 것은 실행해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전날 파운드리 다이렉트 2025에서 발표한 연말 18A 양산, 2027년 14A(1.4㎚) 도입 계획은 확실하다는 뜻이다. TSMC는 2028년 1.4㎚ 양산에 돌입 예정으로, 현 계획대로라면 2년 뒤에는 인텔이 공정 기술력에서 앞서게 된다.
오버클리 수석부사장은 “18A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후면전력공급을 구현했고 TSMC 1.4㎚(A14)가 일정과 성능 특성에서 인텔 14A에 앞서있다 보지 않는다”며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도 인텔은 경쟁사 대비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주도권을 되찾더라도 소비자 지향적 관점을 유지하겠다는 의사 또한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인텔 첨단 패키징을 사용하고 싶지만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이미 계약한 고객사를 위해 타사가 제조한 웨이퍼를 인텔이 패키징 할 수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며 “인텔 파운드리를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결정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했다.
전날 발표한 구형 12·16㎚ 공정 강화 정책 또한 당장 수익보다 소비자 관계 개선에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오버클리 수석부사장은 “레거시 공정도 경쟁이 치열하고 처음부터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마진을 얻을 수는 없다”며 “이미 투자 대부분이 완료된데다 소비자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립부 탄 CEO와 함께 인텔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관료주의’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오버클리 수석부사장은 “관리계층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의사 결정을 늦추면 안된다”며 “탄 CEO가 말하는 ‘엔지니어링 우선’ 전환은 10번의 검토와 20명이 참가하는 회의 대신 현장 엔지니어 목소리를 빠르게 수렴하고 대응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인텔은 중국과 거래 규모가 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대 중 무역 제재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오버클리 수석부사장은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많은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청두 패키징 공장도 중요성이 높다”면서도 “규제는 따라야 하고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기술들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