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유해화학물질 시설 관리

2024-06-30

정부 허술한 관리, 최악 사고로…지자체에 맡겨야

9년전 중앙정부에 권한 이양

정기점검 기간 1년서 2년으로

환경부 소속 담당자도 불과 6명

“광역 지자체가 꼼꼼히 살펴야”

도, 권한 이양 재차 건의 예정

9년여 전 유해화학물질 시설의 관리·감독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로 이양된 이후 안전관리가 거꾸로 허술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영업허가 면제 규정이 신설되는가 하면, 안전검사 주기는 2배로 늘어났다. 31명 사상자가 난 화성시 리튬 배터리 공장의 경우 정부의 관리하에 5번의 정기점검까지 받았지만, 위험성이 사전에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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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없이 '이양된 권한'

3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2년 경상북도 구미에 있는 불산 저장탱크가 폭발하면서 나온 유독가스로 5명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3년 뒤 화학물질관리법이 개정됐다. 이 법은 유해화학물질 시설에 대한 인허가·점검 등에 대한 권한을 정부가 맡도록 한 게 골자다. 이전까진 지자체에 권한이 있었다.

이후 관리·감독이 느슨해졌다. 법에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면제해줄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기계나 장치에 내장돼있는 유해화학물질을 판매·보관·저장·운반하는 사업장이면 된다. 면제 대상 사업장은 정기점검을 기존 1년이 아닌, 2년마다 받도록 했다.

게다가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2년에서 더 연장할 수도 있게도 했다. 지자체에 권한이 있을 때만 모든 대상이 1년마다 필수로 정기점검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달라진 건 정부의 인력 부족 탓이다. 경기지역만 보더라도 인허가를 받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은 5934곳이다.

반면 사업장 전반을 관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 소속 담당자는 불과 6명이다. 경기지역만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1명이 989곳을 담당하는 꼴이며, 수도권 전체로 따지면 1000곳을 훌쩍 넘는다. 이에 환경부는 검사 업무를 한국환경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나눠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여 통과한 아리셀…경기도 “권한 바뀌어야”

지난 24일 리튬 화재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시 아리셀 사업장은 2018년 인허가를 신청하면서 최초로, 지난해까지 최소 5번 이상의 정기 안전점검을 받았다.

검사 결과,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넘어갔다.

화재의 주요 원인이었던 '리튬'이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돼있지 않았다는 명분도 학계 등으로부터 위험성이 수차례 제기됐었다는 점에서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앞서 인천일보가 확보한 2019년 2월 한국방재학회의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시설의 위험도 분류 및 방재기준 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리튬은) 내부의 인화성 전해액, 플라스틱 재료로 인해 화재하중이 높고 열폭주 및 재발화 특성으로 화재 진압이 어렵다”며 “제조시설에 대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방청도 지난해 7월 '위험물시설의 안전거리 강화 연구'를 통해 리튬 배터리 사고 특성과 사례를 조사하며 “열폭주, 재발화와 기기 내 차폐로 화재나 폭발이 크게 발생하고 완전 진화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경부에 재차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단 방침이다. 도는 사고 전에도 환경부에 여러 차례 사무 이양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권한이 환경부에 있다 보니깐 지자체에선 여러모로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사고를 예방하든 사고가 난 뒤 대처해야 하는데,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보면 정부가 전체 업무를 맡기보다 17개 광역 지자체가 영세 사업장까지 촘촘하게 관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인력 등 여건상 모든 시설을 제대로 점검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현시점에선 사고 수습이 우선이고 여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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