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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경기도 안성에 배터리 양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가 연구개발 수준을 넘어 직접 배터리 생산에 뛰어드는 건 처음이다. 현대차의 배터리 전략 변화로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안성 제5 일반산업단지에 배터리 양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로 불리는 곳에 생산설비가 들어선다. 현대차는 총 20만㎡(약 6만평) 규모로 MAAC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 연구시설과 생산설비를 갖추기로 했다.
최근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안산 부지에는 센터 구축을 위한 기초 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사무소 등 일부 건물도 지어졌다. 기초 공사는 1월부터 시작해 이달 초 마무리될 계획이다.
현대차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공장, 즉 양산라인을 구성할 배터리 장비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 입찰에는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해왔던 주요 장비사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를 추진 중이다. 장비 납기 등 일정을 고려하면 2026년 말 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된다.
안성 센터가 관심을 모으는 건 현대차가 처음 구축하는 배터리 생산라인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갖추려는 생산 규모는 연간 2~3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기차 2~3만대 분량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가 판매하는 전기차가 한 해 22만대(기아차 포함 약 42만대)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2~3기가와트시(GWh)는 10% 정도에 불과한 양이지만 그동안 회사가 남양연구소와 의왕연구소에 시험 생산 수준의 파일럿 라인 둔 것과 비교하면 큰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배터리 양산에 첫 발을 뗀 셈이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2~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해 중강기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기존 의왕연구소와 남양연구소에 개발하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용 삼원계 배터리를 모두 안성에서 생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동 뿐만 아니라 성능 평가와 품질 분석을 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된다. 배터리 설계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과 시험, 성능 평가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돼 현대차는 전기차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배터리 생산원가를 떨어뜨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