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가는 이장우 작가의 개인전 ‘경계 없는 풍경II’가 30일까지 전주 공간시은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부모님 고향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란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작가의 열렬한 후원자로 활동하다 작고하신 부친은 전주고 출신이고, 어머니는 전주여고 졸업생으로 알려져 있다.

이장우 작가는 지난 2023년 4월 발생한 강릉 산불 때 거주하던 집과 작업실이 모두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작가는 지난 2년간 유럽 및 국내여행을 다니며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자연, 도시, 역사유적의 풍경을 다시 캔버스에 그려내기 시작했다.
작품들 중 브뤼헤 베긴회 수녀원, 코펜하겐, 뉘른베르크, 노트르담대성당, 몽마르뜨 언덕은 유럽여행의 기억을 풀어낸 것들이고, 감천마을과 태종대 등은 부산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다녀간 정읍 내장산과 부안 격포 등 전북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도 눈에 띈다.

작가의 작업에서 풍경은 더 이상 하나의 기록이 아닌 작가의 감각적 선택과 재해석이 반영된 새로운 세계로 제시된다. 두터운 마티에르와 풍부한 색감을 통해 본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시은의 채영 디렉터는 “이장우의 회화는 사실적 재현을 넘어 풍경을 감각적 리듬으로 전환한다”며 “디지털 이미지를 물성의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풍경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감각과 정동의 세계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화랑, 공·사립 미술관 및 대안공간의 미술작가 발굴·육성 지원을 통해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장우 작가는 올해 뮤지엄호두 전속작가로 선정됐고, 그로인해 뮤지엄호두(천안), 금호미술관(서울), 오버더레인보우(강릉)에 이어 공간시은(전주)까지 활발한 전시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박미연 뮤지엄호두 관장은 “이장우 작가의 풍경화는 색감과 질감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 크다”며 “전주 지역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장우 개인전이 많은 이들에게 일상의 쉼과 더불어 반짝이는 영감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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