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MO 감자’ 수입, 마지막 관문만 남아

2025-03-23

농촌진흥청이 2월 미국산 ‘생식·번식 능력이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 수입을 위한 환경 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외국산 LMO 감자가 우리 땅에 최초 상륙하는 마지막 관문만 남겨둔 상태가 됐다. 산지·유통·외식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7년 걸린 ‘환경 위해성 적합 판정’=농진청이 2월21일 환경 위해성 적합 판정을 내린 LMO 감자는 미국의 감자 생산업체인 ‘심플로트’가 자체 개발한 품종이다. 심플로트는 이 품종에 대해 2018년 한국 정부에 수입을 허가해줄 것을 신청했다. 적합 판정까지 7년이 걸린 셈이다.

심플로트가 요청한 품종은 갈변 현상이 적고 튀길 때 유해물질이 덜 생성되도록 개발된 품종으로 전해졌다. 업체 측은 이 감자를 식용으로, 원물 형태로 수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진청은 LMO 감자의 유전자가 다른 생물체로 이동해 토종 품종의 손실 우려와 잡초화될 가능성 등을 심사했다”며 “국내에 교잡 가능 품종이 없고 작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아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LMO는 뭐고, 그동안 얼마나 수입됐나=우리나라가 외국산 LMO 농산물을 수입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농진청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호주 등에서 LMO 대두·옥수수·면실류 등을 수입했다. 특히 미국에선 지난해 기준 식용 LMO 대두·옥수수, 농업용(사료용) LMO 옥수수·면실류를 316만3000t 수입했다.

LMO는 그렇다면 어떤 작물을 말하는 걸까.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조작)한 것을 흔히 유전자변형생물체(GMO)라고 일컫는데 이는 생식·번식이 불가능한 상태의 농산물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LMO는 생식·번식 능력이 있는 GMO를 말한다. 재생산이 가능해 종자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후 절차는=2008년 1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유전자변형생물체법)’ 시행 이전에 LMO 식용 농산물 수입을 결정하는 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곳이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엔 농진청·국립생태원·국립수산과학원 등 관계기관의 환경 위해성 심사를 거치도록 바뀌었다. LMO 규제가 수입 농산물의 비관세 장벽으로 일컬어지는 배경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식약처 승인을 얻기까지 통상 3년이 걸렸다. 이에 따라 미국산 LMO 감자 수입이 이르면 2028년 최종 승인이 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식약처 수입 허용과 무관하게 실제 국내로 수입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식약처는 2004년 몬산토의 GMO 감자 수입을 허용한 바 있지만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았다.

산지·유통·외식업계 ‘촉각’=기존 수입 중인 식용 LMO 대두·옥수수 등은 도매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곧바로 관련 가공업체로 공급된 뒤 요식업소에서 사용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LMO 감자가 수입되더라도 소비자·환경단체의 반발로 도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가락시장 관계자는 “3∼4개월 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미국산 일반 감자를 시장에 푼 적이 있는데 품질이 나쁘지 않았다”면서 “미국산 감자는 주로 식자재로 쓰여 국산 저장감자와 경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변형 원료가 포함된 제품은 반드시 관련 표기를 해야 하지만 식당은 예외다. 패스트푸드점·호프집 등 외식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산지에선 종자용으로 쓰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LMO 감자는 원물 형태로 씨감자를 심으면 번식할 수 있다”면서 “다만 허용된 용도 외로 사용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심플로트는 해당 품종을 사료용으로도 승인 받고자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제4조의3제2항에 따르면 심사 받은 용도 외의 다른 용도로 변경해 수입·생산·이용하려면 위해성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전북 김제 광활농협 관계자는 “봄감자 출하가 임박한 상황에 LMO 감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영창·서효상·김인경·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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