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족 주체성 훼손하는 무분별한 외래어 남발

2024-10-09

어제 한글날을 계기로 무분별한 외래어 남발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시내 곳곳에는 외래어 간판이 늘어나고 있고 신축 아파트의 경우는 뜻을 알 수 없는 외래어 이름이 판을 친다. 식당이나 백화점 등 어디를 가도 근본을 모를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글을 가진 대한민국이 뿌리도 없는 외국어에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 창피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들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를 대표하는 중구 동성로 일대는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라 한다. 가게마다 ‘forest breeze’, ‘JBUTTON’, ‘umbro’ 등 뜻을 알 수 없는 외래어 간판이 점령해 있다고 한다. 식당 음식 이름에서도 ‘문어 셀러드’를 ‘판자넬라 디 뽈뽀’와 같은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외래어로 표기해 일반 시민들은 음식 주문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뜻의 우리 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외래어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이름은 더욱 헷갈린다. 휴포레, 트레힐즈 등은 약과이다. ‘수성 알파시티 동화 아이위시’, ‘대구 테크노폴리스 예미지 더 센트럴’ 등 10자 이상의 긴 외래어 아파트 이름 앞에서는 상당수의 시민이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대구 스카이시티’나 ‘수성알파시티’ 등 대구시가 조정하는 산업단지나 신도시 이름도 외래어 일색이다. 회사, 자동차 등의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동사무소도 주민센터로 바꾸었다.

언어는 그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첫 번째 항목이다. 언어를 잃어버리면 민족의 혼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우리 민족은 578년 전 위대한 한글을 창제했다. 외국에서는 한글이 과학적이고 익히기에 쉽다고 제2외국어로 삼는 나라가 늘고 있고 심지어는 국어로 삼는 곳도 있다. 남이 알아듣지 못하는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품격있는 지성인이자 세계화인 것처럼 잘 못 인식하는 것은 민족혼을 버리는 행위이다.

세계화 시대에 새로 생겨나는 사물 이름이나 우리 국어에는 없는 신조어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말이 있는데도 뿌리도 없는 외래어를 남발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어 사랑, 언어 순화 운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과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지속적인 국어 사랑 운동을 펼쳐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