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인터뷰는 2025년 1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5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하나은행은 지난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김정은을 영입했다. 김정은 영입 효과는 확실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테랑은 팀 분위기를 바꿨다.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김정은 효과는 2024~2025시즌에도 이어졌다. 하나은행이 비록 플레이오프를 진출하지 못했으나, 어린 선수들은 김정은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며 성장했다.
하나은행의 신인인 정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현은 “(김)정은 언니가 내 롤 모델이다. 언니가 1년 더 우리와 함께 한다고 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그러나 내 욕심으로는 언니가 더 많이 뛰면 좋겠다. 앞으로 5년을 더 뛰면 좋겠다. 그게 내 소망이다. 그렇게 언니 옆에서 언니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라며 김정은을 롤 모델로 삼았다.
지난 2024~2025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지명되셨습니다.
예상도 못 했어요(웃음). 하나은행이 가드가 부족한 팀이라, 저는 (하나은행에서) 가드를 뽑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셔서, 당황했어요. 알고 보니, 고등학교 때 하나은행 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했는데, 그때 저를 좋게 봐주셨다고 들었어요. 감사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어요.
어떤 점이 하나은행의 눈에 띄었을까요?
언니들이랑 연습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하는 것이었어요. ‘방해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프로에 입단하시니 어떠셨나요?
고등학교 때 40분씩 뛰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준비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프로는 달랐어요. 그냥 뛰는 것이 아니라, 몸싸움도 하고 밸런스도 잡아야 했어요. 생각할 것도 많아서, 체력 소모가 더 컸어요. 물론, 저는 40분을 뛰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언니들은 어떻게 40분을 뛰지?’라는 막막한 생각이 들었어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제 부족함을 정말 많이 알았어요.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수비요! 무엇보다도 팀 수비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요. 로테이션을 돌고, 스크린에서 빠져나가고... 팀 수비를 잘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막내 생활은 안 힘드셨나요?
고등학교 때는 저희 학생들만 있었어요. 하지만 프로에 오니, 감독님과 코치님, 프런트 분들, 트레이너 선생님들까지 다양하게 계셨어요. 그런 분들과 함께 지내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어요(웃음). 막내여서가 아니라, 단체 생활이 힘들었어요.

이번 신인왕 경쟁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어떤 선수가 유력할 거라고 보셨나요?
처음에는 무조건 (홍)유순(인천 신한은행) 언니가 받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송)윤하(청주 KB)가 시즌 중반부터 치고 올라왔어요. 유순 언니가 기록적으로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윤하가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경기를 다 지켜보니, 그럴 것 같더라고요.
같은 신인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당연히 부러웠어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자기가 더 빛날 수 있는 팀으로 간 선수들은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민지(아산 우리은행) 같은 경우, 입단하자마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잖아요. 물론, 민지도 잘했지만, 팀 운도 따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윤하와 유순 언니 모두 핵심 선수로 뛰었어요. 다들 잘했지만, 운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실력이 그 선수들보다 많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상황과 역할이 달랐다고 생각해요. (김)정은 언니도 “주어진 환경은 어쩔 수 없다. 그 환경을 따지지 말고, 자기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말해주셨어요. 언니 말처럼 묵묵하게 운동하면, 저에게도 운이 따를 거라고 믿고 있어요(웃음).
그렇다면 김정은 선수는 정현 선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선수들에게는 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가장 큰 운은 정은 언니를 만난 거예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언니는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이룬 선수예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승부욕을 강하게 보여줘요. ‘만약 내가 저 상황에서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언니처럼 열정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
또, 언니는 후배들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세요. 가끔 본인이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후배들을 보고 격려해주세요. 그러면서 세세하게 챙겨주세요. 그리고 제가 감독님한테 크게 혼난 적이 있는데, 정은 언니가 ㅂ로 오셔서 격려해 주셨어요.
원래부터 김정은 선수가 롤 모델이셨나요?
아니요(웃음). 원래는 (김)단비 언니(아산 우리은행)처럼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하나은행에 와서 정은 언니와 가까이 지내다 보니, 롤 모델이 변했어요. 생활과 리더십뿐만 아니라, 농구도 정은 언니처럼 하고 싶어요. 정은 언니처럼 똑똑한 선수가 되는 게 목표에요.
다음 시즌에도 김정은 선수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셨습니다.
저는 사실 정은 언니랑 정말 짧게 있었어요. 그럼에도, 배운 게 이렇게 많았는데, 비시즌을 같이 하면 얼마나 더 배울 수 있을지 기대돼요. (그래서 정은 언니가 함께 하는 게) 너무나도 감사해요. 다만, 제 바람은 정은 언니가 앞으로 5년 정도 더 하는 거예요. 그 시간 동안, 제가 옆에서 정은 언니의 모든 걸 배우고 싶어요(웃음).
처음으로 비시즌 휴가를 받으셨습니다.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일단 첫 주는 좀 놀았고, 2주 차부터는 조금씩 운동하려고 해요(웃음).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채워야 하거든요. 물론, 휴식도 하면서요(웃음). 그렇게 몸을 잘 만들어야지, 비시즌 훈련에 잘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시즌 훈련을 들어보셨나요?
그냥 언니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만 해줬어요(웃음). 하지만 기대되기도 해요. 워낙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던 시즌이라, 비시즌 때 잘 준비해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어요. 또, 장점을 극대화하되, 단점을 보완하고 싶어요. 그래서 비시즌 이후에 ‘짜짠’하며 달라진 모습으로 코트에 나서고 싶어요(웃음).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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