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대표성에 지역대표성 희생, 분권 역량 소멸 이어져

2024-07-02

국회는 예산안 심의와 법률의 제·개정 권한을 행사하며 국가의 주요정책과 재정 규모, 지원 범위ㆍ수준 등을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관이자 민주주의의 실체인 만큼 17개 광역 시·도의 발전 속도와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국회의원 의석수와 선거구 획정은 대표성과 공정성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적인 문제였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10월 30일 인구편차를 3:1까지 허용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제20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인구편차 상하 33⅓%(2:1) 이하를 확정하여 인구비례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지역대표성 원칙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의석수는 227석에서 2020년 제21대 253석으로 26석이나 증가했음에도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은 85석에서 79석으로 6석이 감소했고, 수도권은 97석에서 121석으로 24석이나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비례 적정의석수로 보면 수도권인 경기도는 7석을 더 가산해야 하고(서울-1), 지방은 6석(부산2, 광주1, 충남1, 전북1, 전남1)을 더 줄여야 하는 처지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상ㆍ하원 양원제 시스템으로 하원은 인구대표성을 반영하고, 상원은 지역대표성을 반영함으로써 인구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차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투표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구대표성만을 고려하면 지역대표성은 희생될 수 밖에 없고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을 막을 방법이 없어 헌법상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가치와 목표 실현은 더 멀어진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 내에서 인구비례만으로 농산어촌 거대선거구 문제와 생활권역 반영 등의 쟁점들을 풀기 위해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

의원정수를 늘린다면 선거구당 평균인구수가 줄어들게 되고 행정구역을 무리하게 통합하는 문제도 감소할 것임으로 거대선거구 발생도 방지하고, 과도하게 인접지역들을 통합하지 않아도 되니 생활권역도 더 반영하기 쉬울 것이다.

다만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은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했다. “의석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도시에 인구가 집중돼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수만 증가할 뿐 지역대표성이 요구되는 농산어촌의 의원수는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

즉, 의원정수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대표성을 반영한 증석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앞서 제시한 상ㆍ하 양원제 이외에 지방선거방식을 참고하거나 일정 면적 기준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먼저 지방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22조 단서에서 인구 5만명 미만인 자치구·시·군에 최소 1명의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를 보장하고 있음을 들어, 지역 대표성을 부정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인접한 서너개 시·군 내에서 유권자 기준(예, 5만 또는 10만 명) 최소 1명의 국회의원 정수를 보장하거나 또는 일정 면적(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 기준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은 타당하다.

또 다른 방식으로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독일연방하원 선거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도별 유권자수에 따라 비례배분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입법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숙고하고 사회적 합의를 신속히 도출하길 바란다.

소위 인구소멸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해결할 열쇠 중 하나는 ‘지역간 균형발전’이고 그 지렛대는 분권역량의 핵심 가늠자인 국회 의석수의 지역대표성 보장과 배분 기준 마련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윤정훈 전북도의원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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