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KBS 남영진 전 이사장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임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19일 각각 나왔다. 이번 판결로 윤석열 정부는 ‘불법적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는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이사장 해임은 ‘방통위원 교체→방문진·KBS 이사진 교체→MBC·KBS 사장 교체’라는 윤 정부 공영방송 장악 과정의 중요한 고리였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 면직 직후인 지난해 8월 김효재 권한대행 체제에서 권 이사장과 남 이사장 등 야권 이사들 해임을 결정했다. 방통위는 경영 관리·감독 의무 소홀, 방만 경영 등 사유를 들었다.
권 이사장은 법원에서 해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뒤 복귀했지만 남 이사장의 가처분은 기각됐다. 이후 친 정부 성향 위주로 개편된 KBS 이사진은 김의철 전 사장 해임을 주도하고 박민 전 사장과 박장범 사장을 선출했다.
두 이사장은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권 이사장은 이날 “당연한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를 드린다”며 “위법하고 부당하게 저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심위원들을 해임했던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고 했다.
남 전 이사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KBS를 정권 방송으로 만들려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지만 사필귀정이 됐다”며 “KBS를 다시 공영방송으로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언론계도 이번 판결로 공영방송 장악의 불법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통위를 앞세워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려던 윤석열 정권의 야욕은 윤석열 본인의 몰락과 함께 물거품이 되고 있다”고 했다. KBS 야권 성향 소수이사들은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은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밀어붙인 대표적 위법 사례”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에 이번 판결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은 동력을 크게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에서는 국정조사 등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 과정 전반의 불법성을 살펴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윤석열 정권이 자행한 방송장악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이에 관여한 방통위와 공영방송 내외부의 방송장악 조력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이르면 내년 1월 결론이 나올 김의철 전 KBS 사장의 해임 처분 취소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전 사장도 남 전 이사장처럼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본안소송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이진숙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의결한 방문진·KBS 이사 선임안 취소소송도 방통위 패소 결론이 나올 경우 역풍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