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효과 언제…요지부동 대출금리 서민들 '부글부글'

2024-11-12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기준금리가 3.50%에서 3.25%로 내려왔다. 그로부터 1개월이 흘렀지만 은행권 대출금리 하단은 여전히 4%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높인 데 따른 행보다.

이 와중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집단대출에 5대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참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둔촌주공을 비롯 대규모 집단대출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반 주담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은행권 주담대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대출금리는 연 3.742~6.07%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4.12~5.52%,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4.18~5.49%,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이 3.742~4.142% 등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4.32%, NH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이 4.77~6.07%로 집계됐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금융채 5년물을 기반으로 하며, 5년간 고정금리 후 매년 금융채 1년물 금리를 적용한다.

5년물 금리는 최근 3.2~3.3%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전날 3.253%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1월 2일 3.820%에 견주면 약 0.567%p 하락한 수치다. 5년물 금리는 4월 말 한때 3.976%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8월 5일 연중 최저치인 3.10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7일 3.327%를 기점으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최근의 금리 등락은 미국의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성공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관세 부과, 감세 등 트럼프의 정책들이 본격화되면 시장금리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총량을 유지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한 만큼, 통상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누려야 할 시기"라면서도 "현재로선 은행들이 대출총량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가산금리를 하락할 요인이 없다.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져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시장금리도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당국 가이드에 따라 설정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연말까지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 축소 및 폐지를 통한 가산금리 인상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비대면 대출 중단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 신규 대출 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섣불리 가산금리를 인하하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이 와중에 은행들이 대규모 재건축단지의 잔금대출(신규 분양 및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입주 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 주는 대출)에 참전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 은행권 대출잔액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최근 둔촌주공 잔금대출을 취급하기 위한 계획안을 일제히 내놨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 3000억원을 취급할 예정이며, 농협은행 2000억원, 신한은행 1000억원, 우리은행 500억원+α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은행은 시장상황에 따라 내년에 한도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의 대출예정액을 합산하면 9500억원으로 잔금대출 수요 예상치인 6~8조원에 견주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올 연말께 강남3구 신축 단지의 중도금대출도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디에이치방배(3080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당국 방침에 따라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은행들로선 안전하게 담보자산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일반 주담대보다 집단대출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금리로 일반 주담대조차 망설이는 서민들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은행의 가산금리 확대 및 당국의 대출규제가 주담대 잔액 확대에서 비롯됐는데, 은행들이 단위당 신규대출액이 크고 안전한 '집단대출'에 비중을 더 많이 둘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누리꾼은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총 0.75%p나 인하하고 한은도 0.25%p 인하했는데, 가계부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며 "무주택 서민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비대면 전세대출도 막혀서 은행에서 5% 초반대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데, 수십억을 호가하는 둔촌주공에 대출을 풀어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집값 잡는데 왜 은행이 활용되는지 모르겠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한도만 제한하던지 금리는 왜 올리는가"라며 비판했다.

한편 10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6조 6000억원 증가해 전달 증가폭 5조 3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전방위적으로 대출규제를 펼치는 은행권의 대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과 달리 2금융권에서 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들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자금을 못 받게 되자, 대출규제가 덜한 2금융권으로 죄다 몰려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5조 6000억원 증가에서 3조 9000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반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조 7000억원 증가해 전달 3000억원 감소 대비 크게 증가 전환했다. 주담대가 7000억원 증가에서 1조 9000억원 증가로 대폭 늘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집단대출 수요자들이 대거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가계대출 증가세 대응 차원에서 올해 남은 기간 제2금융권에 대해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금감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 업권 및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실제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 가계대출 전반의 취급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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