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발생 시 중형 받지만
검사 복잡하고 운전자 동의 필요
거부 시 검사 어려워 실효성 의문
전문가 “즉시검사 법적 근거 마련
고성능 간이 키트 개발해야” 강조
음주운전만큼 위험하지만 단속이 비교적 느슨한 ‘약물운전’에 대한 단속 규정과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XA손해보험이 지난해 만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물운전 피해 예방을 위해 단속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9.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다만 현행법상 복용 후 운전이 금지되는 약물 종류를 알고있는 이들은 25.4%에 그쳤다. 시민들은 대마와 같은 위험약물은 잘 알고 있지만 다이어트약과 같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등 복용 후 운전이 금지되는 약물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일 강남구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20대 무면허 운전자가 8중 추돌사고를 내 11명이 다쳤고 8일에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운전자가 행인을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운전자는 음주, 과로를 비롯해 질병,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는 차량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돼 중형을 선고받게 된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검사방식이 복잡하고 운전자가 검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찰은 운전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운전 정황이 확실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정밀검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발부까지 하루 이상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는 2022년 4천571건, 지난해 4천96건, 올해 3천381건이지만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는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건, 올해는 2건에 그친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부터 내년 1월까지 자동차,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연말연시 음주·마약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의 약물운전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과속·난폭운전, 지그재그 운전 등 비정상적인 운전행태를 보이면 눈동자의 충혈 정도와 차에서 내리는 동작 등을 관찰하고 마약 운전 의심이 들면 타액으로 마약검사를 병행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약물운전은 운전자 동의가 필요한 소변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소변에 검출되지 않는 약물도 있어 현장 단속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현장 교통경찰이 약물 검사를 즉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약물류를 검출할 수 있는 고성능 간이 키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약물검사 거부 시 음주운전 거부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한달 넘게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약물 측정 검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지난달 4일 발의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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