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 정체 속 조용히 웃는 고사양 프로젝터 시장
글로벌 1위 엡손 핵심 기술력은 "자체 생산 3LCD"
세이코엡손 토요시나 사무소 방문, VIX 전시존 체험
"환한 낮에도, 실외에서도 사이즈·밝기 구애 없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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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삼성전자·LG전자, 일본에선 소니·파나소닉 등의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최근 중국산의 추격·미디어 시청 형태 변화로 사업 등락을 반복하는 사이 조용히 웃으며 때를 기다리는 시장이 있다. 바로 프로젝터 분야다. 설치 및 구현 화면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고화질 영상을 재현할 수 있는 프로젝터의 특성으로 인해 가정·상업·문화·교육 시장에서 골고루 기대 수요가 높아지는 분위기 덕분이다.
글로벌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두 대 중 한 대'를 차지하는, 즉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엡손은 프로젝터의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온전히 자사의 기술로 만들어낸다. 설계부터 제조까지 엄격한 품질 관리를 앞세우며 "실패에서 시작한 기술이 끝내 '제때'를 맞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독자적인 3LCD 원천 기술 및 자사 독자 개발 LCD 패널에서 나온다.
세계 최초 초소형 TV에서 출발한 '3L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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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직접 방문한 일본 나가노현 아즈미노시 소재에 위치한 세이코엡손 토요시타 사무소는 엡손의 VP(비주얼 프로덕트) 사업부의 핵심 거점이다. 엡손에서 프린터 다음으로 비중이 큰 사업부다. 글로벌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8만5400㎡ 부지에 15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아즈미노시의 인구수가 대략 9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곳에 있는 VIX(Visual Innovation Experience) 체험존에선 엡손 프로젝터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98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TV 워치에서 엡손 프로젝터는 출발했다. 당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TV로 등재되기도 했으나 시대를 너무 앞서 간 탓에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했다. 다만 회사는 해당 시계 개발 경험을 통해 세계 최초 LCD(액정표시장치) 컬러 TV '포켓 TV ET-10'를 상용화하고 이를 프로젝터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실패로 끝날 뻔한 기술을 반전시킨 셈이다. 이는 회사의 원천 기술인 '3LCD' 기술로 이어져 프로젝트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3LCD는 3개의 LCD를 사용해 광원을 빨강, 파랑, 초록의 3가지로 분리한 뒤 하나의 프리즘으로 합성해 스크린에 투영하는 방식이다. 풀컬러 영상 실현에 제격인 기술로 꼽힌다. 현재 해당 패널을 양산하는 업체로는 엡손 외에 소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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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중에 나와있는, 색상을 시간 분할로 순서대로 표현하는 1Chip-DLP 형식의 타사 제품들에 비해 색 재현력이 상당히 높다. 색상을 합성하지 않고 시간 분할로 표현할 경우 화면의 색 재현력이 다소 떨어질 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빨강, 초록, 파란색 등으로 나뉘어 보이는 '레인보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한 낮에도, 야외에서도 OK
한때 프로젝터는 밝기가 떨어지는 문제로 인해 암막 커튼을 친 어두운 실내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최근 이는 크게 개선됐다. 밝은 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도 TV 못지 않은 화질과 색상 재현을 자랑한다. 이날 엡손은 하이엔드 홈 프로젝터를 데모 시연하며 자사 기술력을 선보였다. 특히 국제표준 '루멘'을 채택해 자사 제품 밝기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강조했다.
엡손 프로젝터에 들어가는 LCD 패널을 자체 설계 제조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니시무라 죠지 VP 사업부 부사업부장은 "프로젝터에 들어가는 LCD 패널은 자사 공장에서 설계 및 제조되고 있다"며 "치토세와 스와미나미에 각 공장이 있고, 클린 룸에서 자동 제조 중"이라고 했다. 또한 엡손 측은 "TV 대신 프로젝터를 쓰면 전력 사용량과 폐기물에 감소한다는 측면이 있고, 전자칠판, 홈시어터, 전시 미디어 아트 등 어디에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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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도 이는 사용이 가능하다. 엡손은 지역 국보로 꼽히는 마츠모토성 외벽에 진행 중인 프로젝션 맵핑 전시를 공개하면서, "프로젝터는 실내 뿐 아니라 실외에도, 거창한 장비없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며 "2만 루멘의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일 수 있다.예술성에 친환경성까지 더한 제품이 바로 자사의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기기 연결 NO, TV와의 경쟁도 가능해"
최근 출시되고 있는 프로젝터에는 OS(운영체제) 내장이 대부분 가능해 TV와 마찬가지로 각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전과 달리 별도의 기기 연결 없이도 자체 콘텐츠 재생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이즈에도 구애받지 않아 거실 내에서도 100인치 이상의 홈 화면 구현이 가능하다. 이는 프로젝터 제조사가 이제 같은 제품군의 경쟁을 넘어 TV와도 경쟁을 노려볼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처럼 홈시장 외에도 기존 스크린 골프, 미디어 아트 등의 상업 및 예술용도는 물론 교육용 시장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엡손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엡손은 글로벌 프로젝터 시장에서 6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가장 비중이 높은 국가로는 북미, 중국, 한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