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위한음악재단 박재현 "'휠체어 편견' 넘어 순간을 즐기는 오케스트라 꿈꾸죠"

2024-10-07

[FETV=임종현 기자] 24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상상휠(Wheel) 하모니 오케스트라. 악기를 한 번도 만져보지 않았던 이 아이들이 지금은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로 세상에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다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연주할 수 있지?"라는 의문과 편견이 있었지만, 그 편견을 가장 먼저 깬 건 다름 아닌 이 아이들이다.

휠체어 사용 아동들이 주축인 상상휠 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상상인그룹이 후원하고 하나를위한음악재단이 운영하는 이 오케스트라는 휠체어 사용 아동에게 단계별 커리큘럼에 따라 기본적인 음악 이론부터 악기 연주 자세 및 음정을 잡는 훈련, 연주곡을 통한 실습과 앙상블 등 전문적인 오케스트라 악기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상상휠 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5월 상상인 그룹이 경기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주최한 2024 피크닉 데이에서 첫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는 19일에는 더 큰 무대인 DMZ OPEN 페스티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박재현 이사(하나를위한음악재단)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들과 함께한 1년여의 시간 동안 이뤄낸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박재현 이사는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여전히 공연장엔 휠체어석이 부족해 아이들은 공연을 즐기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며 "그렇다면 아이들을 객석이 아닌 무대 위로 올려 보는 건 어떨까하는 질문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로 구성돼 있다. 박 이사는 우리의 오케스트라는 처음 악기를 접해보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악기와 해보고 싶은 악기, 그리고 하면 좋은 악기를 고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이들에게 맞는 악기를 선정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악기 선정은 무엇보다 아이와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했고, 아이들의 기호와 성향, 그리고 근력이나 몸의 움직임 등을 살펴봤다"며 "아이들과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고, 계속 관찰했다"고 전했다.

오케스트라는 현재 바이올린 14명, 첼로 7명, 플루트 3명으로 구성됐다. 음악교육은 주 1회 온라인과 월 1회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28일 상상인증권 본사에서 열린 오프라인 교육에는 아이들과 부모님, 하나를위한음악재단 선생님, 상상인그룹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지만, 이들은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인해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의 연습 상황이나 한 달 동안의 근황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전한다.

교육을 시작하면 밝았던 분위기가 자연스레 무거워진다. 오는 19일 DMZ 공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합주 등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으며, 습득이 느린 친구들은 서로 함께 응원하며 기다려준다.

그래도 아이들이 지난 5월 공연을 한번 했던 만큼 자신감도 붙었다. 박 이사는 첫 공연을 떠올리며 "악기를 처음 배워본 아이들이 8개월 만에 연주 무대까지 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며 "참여했던 아이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담당 선생님까지 모두에게 부담이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완벽의 굴레를 벗어나 도전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 전 아이들에게는 "잘해라 하기보단 이 순간을 즐기자고 용기를 복돋아줬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상상인그룹에 무한한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상상인과 함께하면서 "우리가 몇 년 전, 혹은 몇 년 후에 만났으면 어땠을까? 어떻게 이렇게 서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수년간 진정성 있게 준비해서 딱 만난 것이 아닐까"라고 회상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도 "우리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고 사회공헌 활동을 그만둘 건가요? 그건 옵션이 아니다"라고 오케스트라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수년간 상상인은 아이들에게 맞춤 휠체어와 체육·미술 교육 등을 지원해왔고, 하나를위한음악재단은 앙상블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교수법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서로의 필요한 것과 가진 것이 그 시기와 맞물려 그간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의 결실로 이뤄진 셈이다.

박 이사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가능성과 감동, 그리고 즐거움, 힙합'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목표다. 휠체어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이들이 주는 감동. 또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위대한 도전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하겠다는 포부다. 연주 형태도 오케스트라로 국한하기보다 듀엣이나 앙상블 등 다양한 레퍼토리도 기획 중이다.

박 이사는 "이제 1년차 새내기지만 이미 세계적 음악가나 단체들도 저희 도전에 대해 응원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한다. 연주, 만남, 미지의 경험. 이런 경험들이 더 널리 알려지고, 우리의 스토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는 긍정 에너지를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재현 하나를위한음악재단 기획이사는 독립 베를린 국립음대 Hanns Eisler 학사 석사 졸업하고, 현재 수원대 음악테크놀로지대학 문화예술기획 객원교수, 한세대, 동덕여대를 출강하고 있다. 또 상상휠하모니 오케스트라 기획총괄 및 DMZ OPEN 페스티벌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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