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니콘을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중요한 지표로 떠올린다. 이것은 도시의 경제적 활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굳이 도식으로 나타내지 않더라도 두 가지 사이의 긍정적 관계를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업 경제활동과 관련해 어떤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여건이 탁월하다면 그곳은 미래 유니콘들의 이상적인 종착역이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유니콘이나 예비 유니콘 단계의 기업이 성장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서울의 정책 제안이 기업의 전략적 의도와 동조화되어야 하겠다. 우리는 이 문제제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니콘과 스타트업의 성공원리를 고려하는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겠다.
이점에서 우리는 잘 알려진 몇 가지 사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유니콘의 존재는 바로 성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가능하면 단축적 성장 말이다. 이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업이 다름 아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직원이 151명에서 7500명으로 늘어나는데 고작 3년이 소요됐다. 구글은 284명에서 1만6805명이 되는데 고작 6년이 걸렸고, 페이스북은 150명에서 3200명까지 5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들에게 있어 매출과 고객수의 급속한 성장은 지속적인 자금 유치를 가능하게 했고, 이럼으로써 이들 기업은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즉 규모의 매출, 고객 기반, 조직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점에서 유니콘 허브를 꿈꾸는 서울의 정책에 있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그것은 지자체로서 서울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기업에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있다. 이점에서 스타트업 혹은 유니콘정책은 새롭게 쓰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도 서울 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장점에 기반해서 말이다.
이 점에서 우리가 떠올려봐야 할 기업이 있다. 이제 우리 누구나 알고 있는 '모더나'다. 2020년 11월 30일, 모더나는 mRNA 백신에 대한 3상 임상 시험에서 그 전 10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150만명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2(SARS-CoV-2)에 대해 95%의 보호 효능이 입증되었다고 발표한다. 코로나19 백신 경쟁에서 비교적 후발 주자이자 팬데믹 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인 모더나는 하룻밤 사이에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이 기업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다면 그 첫 장면은 2010년 어느 봄, 훗날 모더나의 공동창업자가 되는 누바르 아페얀(Noubar Afeyan)과 MIT 로버트 랭어(Robert Langer)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하겠다. 그후 이 탐색연구는 '조작된(modified)'과 RNA의 합성어인 모더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6개월 후 화학적으로 변형된 mRNA가 주입된 쥐 중 일부가 단백질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가설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첫 증거를 거둔 후 무려 10년 동안 생존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연구실 만의 승리라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은 오히려 생명 과학의 미개척 분야에서 획기적인 구상을 상업적 결과로 전환시키는 보스턴 스타트업 생태계가 거둔 성공이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어디에서 자신의 역할을 시작하고 또 한계지어야 할까. 특히 이것이 서울을 향한 조언이라면 말이다. 그 출발점은 서울이 갖고 있는 지식창조의 기반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은 파스퇴르 쿼드런트 생태계(Pasteur Quadrant Ecosystem, PQE)라고 부른다. 즉, 시장에서 영감을 받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과학의 경계를 확장하는 생태계를 말한다. 비록 서울의 정책이 한 가지에 주목할 수는 없겠지만 정작 서울이 진정 유니콘 허브를 꿈꾼다면 여기에 서울형 유니콘 정책의 미래가 있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ET대학포럼 좌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