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등 식구 눈앞에서 총격 사망…비극 겪은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올림픽 출전 ‘꿈’

2025-02-18

총성이 울렸다. 아버지가 쓰러졌다. 삼촌도 숨졌다. 불길이 집까지 집어삼켰다. 어머니는 손에 총을 맞은 채 도망쳤다. 소년은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동생 손을 잡고 뛰었다. 남수단에서 겪은 2011년 참상은 제임스 로키디치(23)에게 여전히 생생하다.

BBC는 19일 “아버지가 눈앞에서 총에 맞고 사망하는 장면을 본 소년이 올림픽 출전을 원한다”는 제목으로 로키디치 등 올림픽을 목표로 운동하고 있는 아프리카 젊은이들을 소개했다.

로키디치는 오른쪽 머리에 화상을 집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가슴 깊은 곳에는 아버지와 삼촌을 잃은 슬픔이 지워지지 않는다”며 “어머니는 다친 손을 잡고 달아났고, 우린 그날 이후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키디치 형제는 국경을 넘어 케냐로 향했다. 현재 북서부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약 30만 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운동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목표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난민 대표팀(ROT) 출전이다.

지난주 케냐 이텐에서 열린 ROT 선발전에는 육상, 유도, 태권도 선수들이 다수 모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가능성 있는 난민 선수들을 발굴해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로키디치는 마라톤 영웅 엘리우드 킵초게(케냐)를 우상으로 삼고 있다. 로키디치는 “캠프에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성공해서 다시 돌아가 그들을 돕겠다. 우리는 팀으로 함께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ROT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신디 응감바가 중량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팀 최초 메달을 안겼다. 2026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리는 청소년 올림픽에도 난민 선수단이 꾸려진다. 이번 선발전에서 돋보인 또 다른 인물은 태권도에 출전한 15세 소녀 로렌스 나무키자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태어난 나무키자는 2010년 갓난아기였을 때 가족과 함께 난민이 됐다. 9남매 중 넷째인 그는 카쿠마에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안젤리나 졸리 이름을 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에서 태권도를 접한 뒤, 가족을 위해 이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나무키자는 “캠프에서 식량 배급이 줄었다. 16명이 한 집에 사는데 다섯 명 분량 식량만 나온다”며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우리를 먹여 살리려고 고생하고 계신다”며 “태권도로 성공해 가족을 해외로 데려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발전에서 나무키자는 여자 54㎏급에서 세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태권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여자애가 왜 그런 운동을 하느냐’는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그녀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다른 소녀들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선발전은 케냐올림픽위원회(NOC), 케냐육상연맹, UNHCR, 세계육상연맹, 유도 및 태권도 연맹이 공동 주최했다. 케냐 NOC 폴 테르갓 회장은 “캠프에서 벗어나 이틀만이라도 바깥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800m 챔피언이자 현재 ROT 코치인 자넷 젭코스게이는 “이 선수들이 올림픽 결승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기쁨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케냐에는 현재 난민과 망명 신청자 약 82만 명이 있다. 수단 내전, DR콩고 동부 분쟁이 계속되면서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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