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헬레나 섬, 나폴레옹의 서재

2025-01-15

우리 선조들은 ‘남자란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須讀五車書·『장자』)’고 말했다. 옛날엔 두 겹 종이에 한 면만 인쇄가 됐고 글씨가 컸으니 오늘날의 책으로 따지면 한 수레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다섯 수레 운운하는 것도 객쩍은 소리요, 형설지공(螢雪之功)도 옛 얘기가 됐다.

하루에 1시간 책을 읽는다면 20면의 독서가 가능하며, 1년에 7300면이 된다. 이는 단행본으로 30권 정도다. 한 인간이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천수(天壽)를 누릴 경우에 약 40년이라고 볼 때 1200권 정도가 된다. 한 달에 2권꼴이다.

고대 로마의 이셀이라는 귀족은 책 읽기를 귀찮아했다. 그래서 기억력이 비상한 노예들을 뽑아 각자 몇 권의 책을 외우도록 했다. 자기가 읽고 싶을 때 그 노예를 불러 듣고 싶은 대목을 외우게 했다. 그런 ‘암송 노예’가 200여 명이었다. 『이솝 우화』로 유명한 이솝도 그런 신분이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인들은 얼마나 책을 읽었을까. 나폴레옹의 경우 이집트와 러시아 원정 때도 책을 읽었다.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해 세인트헬레나 섬에 도착한 것은 1815년 10월 16일이다. 1821년 5월 5일에 사망했으니 유배지에서 66개월을 살았다. 사후에 서재에 2700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 204년 전에 남대서양 절해고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사흘에 네 권을 읽은 셈이다.

나폴레옹 같은 영웅이니까 그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위대한 인물이니까 그만큼 많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도 그만큼 읽으면 나폴레옹 정도로 위대해질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설령 못 읽더라도 자식들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인생을 정리하면서 안 먹고 안 입으며 마련한 책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무게로 팔아야 하는 심정이 무척 아리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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